국내 교수팀이 유방암으로 화학항암치료를 받으면 폐경기에 접어들지 않은 젊은 여성도 뼈 강도가 약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기존의 유방암 연구는 폐경 이후의 여성 환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이번 연구는 폐경 전 여성을 대상으로 다양한 보조항암치료 시행 이후의 골밀도 변화를 최초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관심도가 더욱 크다.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김희정 교수팀은 유방암 수술을 받은 55세 이하의 폐경 전 여성 910명을 대상으로 보조항암치료를 진행한 후 5년간 골밀도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화학적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에서 1년 내 요추와 대퇴골의 골밀도가 다른 환자에 비해 최대 3배 이상 감소했으며, 5년이 지나도 골손실 상태가 이어졌다고 밝혔다.
교수팀은 2006년부터 2010년 사이 유방암 수술을 받은 19세부터 55세의 여성 환자 910명을 대상으로 보조항암치료를 진행한 뒤, 5년간 요추와 대퇴골의 골밀도 변화를 분석했다.
이들은 모두 유방암 수술 후 6개월 내 월경이 이루어져 아직 폐경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각각 ▲관찰군(58명) ▲약물군(130명) ▲화학요법군(69명) ▲화학요법 후 약물 복용군(346명) ▲난소억제주사제와 약물 병행군(304명)으로 나뉘어 치료를 받았다.
여러 보조항암치료 가운데 화학적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에서 1년 내 골손실이 가장 큰 것으로 확인됐다. 관찰군과 약물군의 골밀도가 0.03g/cm2 정도 감소한 것에 비해 화학요법군의 골밀도는 이보다 3배 이상 되는 0.1g/cm2 만큼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화학요법 후에 유방암 치료약물을 추가로 복용한 환자는 단순히 화학요법만 받은 환자에 비해 골손실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는 화학요법이 뼈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타목시펜 성분의 약물이 다소 완화시켜주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5년이 경과해서도 골손실은 지속되는 양상을 보였다. ▲화학요법군 ▲화학요법 후에 약물을 복용한 군 ▲난소억제주사제와 약물을 병행한 군은 여전히 골밀도가 낮았다. 관찰군과 약물군은 이들보다는 골밀도가 높았지만, 초기에 비해서는 골감소가 다소 진행된 점이 발견됐다.
대신 골밀도 감소폭은 보조항암치료 후 1년 내에 가장 크고 5년이 지났을 때는 다소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조항암치료를 받으면 일시적으로 월경이 멈추는데, 환자들은 난소가 아직 젊어 치료 후 대개 1년이 지나자 차츰 월경이 돌아왔다. 월경을 한다는 것은 골형성에 도움을 주는 여성호르몬이 분비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김희정 교수는 “50대 이하의 젊은 유방암 환자는 앞으로 남은 인생이 길고 가정과 사회에서 중요한 일들을 많이 남겨두고 있기 때문에, 암의 완치를 넘어 유방암 극복 이후 삶의 질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젊은 환자라도 보조항암치료 과정에서 골밀도 감소라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졌으므로, 힘든 항암치료를 잘 이겨냈다면 그 이후에는 건강한 상태로 활동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골밀도 검사를 받거나 뼈건강에 좋은 운동과 영양섭취를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 권위의 유방암 전문지 ‘유방암 연구와 치료(Breast Cancer Research and Treatment)’ 최근호에 게재됐다.
한편 보조항암치료는 유방암 수술 후 재발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진행된다. 조기 유방암에 해당하는 0기 환자는 대개 치료 없이 종양 크기 변화를 관찰하게 된다. 이외 환자는 수술 후 종양 상태에 따라 ▲화학적 치료를 받거나 ▲유방암 치료약물인 타목시펜을 복용하거나 ▲난소억제주사제를 투여하거나 ▲이중 두 가지 요법을 병행하게 된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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