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내에서 보건의료인의 진료안전이 확보될 수 있을까?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세원 교수가 피살된 후 관련 법안들이 속속 발의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진료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도 나오고 있다.
실제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지속적인 치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정신질환 치료·관리 시스템을 강화하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정신건강복지법)’ 2건을 대표발의 했다.
박인숙(자유한국당 송파갑)국회의원도 의료기관내 보안장비 및 보안요원을 배치하고,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방해하거나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경우 처벌을 강화하도록 하는 ‘의료법’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4일 대표 발의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자유한국당, 양천갑 당협위원장)의원도 지난 4일 의료인 안전보장 강화를 위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일명 임세원法)을 대표발의했다.
◆병원 내 경찰관서와 연계된 긴급출동시스템 구축 등
이어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종필(자유한국당)의원은 보건의료인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하여 국가나 지자체에서 병원에 비상벨 설치를 하도록 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 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보건의료인의 신변보호를 위하여 경찰관서와 연계된 긴급출동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안전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또 환자들이 의사에 대한 폭행에 대한 가중처벌 내용도 담았다. 개정안에서는 의사를 폭행해 상해에 이르게 할 때에는 1/2을 가중하고 중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3년 이상의 징역을, 사망에 이르게 할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의료인을 폭행하는 행위는 의료인 당사자 뿐 아니라 다른 환자들의 진료를 방해하는 행위로 더욱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종필 의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인을 폭행하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며, “의료인의 진료안전 시스템을 확보해 다시는 환자에 의해 의사가 폭행을 당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기관 내 폭행·협박 등 대책 촉구…복지부 “나몰라라”
장정숙(민주평화당 비례대표)의원은 보건의료노조에서 실시한 ‘2018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보건의료인 11.9%가 폭행 피해경험자이고, 전체 보건의료인으로 단순계산 했을 때 약 8만명(79,747명)이 폭행 피해경험자로 추정되고 있지만 복지부가 진행한 관련 연구용역, 실태조사, 대응메뉴얼은 전혀 없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실제 보건의료노조가 실시한 ‘2018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만 7,304명 중 폭행 경험자는 3294명(11.9%)으로 조사됐다.
폭행 경험 중 폭행 가해자는 환자가 71%, 보호자가 18.4%를 차지했으며, 폭행을 당했을 때 대응방식에 대해서는 “참고 넘겼다”가 66.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2017년 말 기준 전체 보건의료인은 67만 146명이고, 이 중 11.9%가 폭행 피해자로 추정했을 때 약 8만명(79,747명)이 폭행 피해경험자로 추정된다.
하지만 복지부가 지금까지 진료 중인 보건의료인 보호를 위한 연구용역 및 실태조사, 대응메뉴얼이 전무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지난 5년간 복지부에서 연구용역 개발비로 총 5,026억 2,900만원을 사용했지만 진료 중인 보건의료인을 보호하기 위한 연구용역 개발은 전무한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환자에 의한 의료진 피살은 확인된 사안만 4건이다. 또 의료인 폭행 사건 사례가 많아 의료기관 내 폭행·협박 등 대책 촉구를 계속했지만 복지부는 “나몰라라” 했다는 것.
또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정신장애범죄자는 9,027명으로 2013년도 5,858명에 비해 54%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표] 최근 5년간 정신장애범죄자 현황
중증 정신질환 환자를 제대로 추적 관리하지 않는다면 ‘제2의 임세원 교수’ 사건을 막을 수 없다는 우려가 있지만 정신질환 환자 인권문제도 중요하다.
장정숙 의원은 “의협 등 의료인 관련 단체에서 지속적으로 의료기관 내 폭행·협박 등 대책 촉구를 계속한 것으로 아는데, 그동안 복지부는 대책 마련에 소홀했다”며, “의료 현장에서 환자와 보건의료인 모두의 안전이 확실히 보장돼야만 보다 많은 환자들이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 앞으로 이런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실태조사와 함께 필요하다면 의료인 안전 대책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중소병원과 같이 재정이 열악한 의료기관의 경우 안전요원 배치가 어렵기 때문에 이를 위한 예산 일부를 국가가 지원해주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고, 정신질환자에 대한 퇴원 후 추적관리 등 사후조치가 미흡하며,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한 복지부의 적극적인 개선의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 임세원 교수가 사건 후 동료들을 대피시킨 노력 등을 감안해 의사자 지정을 복지부가 긍정적으로 검토해줄 것도 요청했다.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26개 전문학회 4가지 요구사항 제시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26개 전문과학회(이하 의학계) 등은 안전한 진료환경을 하루속히 조성하라는 의료계의 줄기찬 요구를 외면한 결과 임세원 교수의 피살 사건이 발생해 참담함과 비통함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의학계는“의료전문가로서 자살예방에 힘쓰며 따스한 손길로 환자들 마음의 병을 치료하던 선의의 의사를 상대로, 어떻게 이런 참혹한 범죄행위가 발생되도록 무방비 상태로 방치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2018년의 마지막 날까지도 진료실을 지키며 환자의 정신건강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분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분들께도 깊은 애도의 뜻”을 전했다.
의학계는 이번 사건이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응급실 의료종사자에 대한 폭행 처벌을 강화하는‘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일부개정안이 통과된지 며칠 지나지 않아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욱 당혹스러운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의학계는“이번 사태는 예고된 참사와 다름없다”며,“진료현장의 안전을 사회 공동의 보호망이 아닌 개인적 책임 영역으로 방치해 온 대한민국 의료현장의 실상을 정부와 사회는 다시 한 번 되돌아 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우리 사회와 정부, 국회가 의료기관에서의 폭력을 막고자 추진해왔던 근절 대응책이 여전히 부족하고 미흡하여 실효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없었다는 결론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의료기관 내에서 진료 중인 의료인에 대한 폭행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허용될 수 없는 것으로 사회적 법익을 침해하는 중차대한 범죄행위일 뿐 아니라, 의료기관의 진료기능을 정지시켜 국민의 생명과 건강보호를 위한 국민의 진료권을 훼손하는 심각한 공익 침해 행위이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으며, 정부, 국회, 의료계, 시민사회단체 모두가 안전한 진료환경 마련에 공동의 책임 의식을 가지고 이번과 같은 끔찍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함께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의학계는 ▲진료현장 안전에 대해 조속한 의료법 개정을 통한 법적・제도적 안전 장치 마련, ▲정신건강의학과를 포함한 모든 진료과의 안전한 진료환경 마련을 위한 실효적 조치, ▲사법치료 명령제를 포함해 정신질환자들이 차별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 ▲근본적으로 안전한 의료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범정부 부처(기획재정부, 교육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등), 의료계,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하는 범사회적 기구 구성 등을 요구했다.
한편 26개 학회는 대한가정의학회,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대한내과학회, 대한마취통증의학회, 대한방사선종양학회, 대한병리학회, 대한비뇨기과학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성형외과학회, 대한소아과학회, 대한신경과학회,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대한안과학회, 대한영상의학회, 대한예방의학회, 대한외과학회, 대한응급의학회, 대한이비인후과학회, 대한재활의학회, 대한정형외과학회, 대한직업환경의학회,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대한피부과학회, 대한핵의학회,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등이다.
제2의 임세원 교수 사건을 막기 위한 관련 법안들이 속속 발의되고는 있지만 아직 최종 확정된 부분들이 거의 없는 상황이어서 보다 더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의료진과 환자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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