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기능이 저하되어 수술이 어려운 환자를 맞춤형 수술관리로 간-신장 동시이식을 성공에 이끈 사례가 국제학술지에 보고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수술 중 심장초음파를 확인하며 마취 중 환자의 생리적 변화를 면밀하게 관찰한 성과로 혈액형 일치 간이식과 혈액형 불일치 신장이식 첫 사례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동시 장기이식 수술 중 환자의 마취 관리 매뉴얼은 없기 때문에, 최고 난이도 장기이식 수술에 참여하는 마취과 전문의에 중요한 의학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채민석(1저자)·허재원(교신저자) 교수팀은 장기이식센터(센터장: 양철우 교수) 간이식팀 김동구·유영경·최호중(간담췌외과) 교수와 신장이식팀 윤상섭·박순철(혈관이식외과), 조혁진(비뇨의학과) 교수 등과 함께 지난 6월 간경화와 만성 신부전으로 간과 콩팥을 동시에 이식 받아야 하는 60대 남성 환자 수술을 시행했다.
이 환자는 수술 전 심장기능이 저하되어 심한 좌심방 확장 및 좌심실 비대(심장이 정상에 비해 커져있는 상태)였다. 심장의 전기적 확동을 측정하는 심전도 QT 간격도 연장되어 수술 중 실신, 경련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환자는 총 12시간 30분이라는 긴 수술 끝에 중환자실에 입원, 수술 후 7일째 호전된 상태로 일반병동으로 옮겼으며, 수술 후 6개월이 지난 지금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다.
채민석 교수는 “예전에는 마취과 전문의가 간이식 수술 중 환자의 식도 안에 심초음파 프로브(probe)를 넣어 직접 심장 기능 변화를 감시하며 환자 상태를 관리하는 것이 환자의 식도 정맥류로 인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어 금기되어 왔지만 최근 심장 기능이 저하된 채로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증가하여, 심장초음파를 통해 수술 중 심장 기능의 변화를 확인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여러 장기 동시 이식 환자 마취 관리에 대한 일괄적인 지침은 세계적으로 드물기 때문에, 복잡한 환자의 병태 생리 상태에 맞춰 세심하고 적절하게 이식된 장기의 기능 손상을 막고 회복될 수 있도록 여러 혈역동학적 마취 관리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 환자의 경우 심장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고 간과 신장을 포함한 다장기 기능 부전을 겪고 있었기에, 심장 및 이식된 간과 콩팥이 수술 중 뿐 아니라 수술 후에도 손상되지 않고 회복될 수 있도록 각각 세심한 마취 관리가 필요했다”며, “혈액형 불일치 콩팥 이식 수술의 경우 면역억제제의 발달로 거부 반응을 포함한 급성 신장 손상의 가능성이 많이 낮아졌지만, 적절한 수액 요법의 실패는 이식 콩팥 부종과 이로 인한 심한 염증반응으로 이어져, 급성 거부 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마취 전문의의 경험과 지식이 중요하다”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장기이식 분야의 국제학술지 ‘이식회보(Transplantation Proceedings)’ 정식게재에 앞서 지난 9월 인터넷에 먼저 소개됐다.
한편 장기이식 수술은 고난이 수술이며, 2개 장기를 동시에 이식하는 수술은 매우 복잡한 수술 중 하나다. 전신마취하에 장시간 동안 수술이 이뤄지기 때문에, 장기를 이식하는 외과의사의 술기 뿐 아니라, 환자가 수술을 버틸 수 있도록 관리하는 마취과 전문의 역량도 중요하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