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성분이 없는 진통제 사용만으로도 방광 전 적출술(방광 내 종양을 제거하고자 골반, 복부의 임파선 및 방광 전체를 절제하는 수술) 후 환자의 장 기능 회복을 앞당기고, 환자가 겪는 통증도 조절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오종진 교수팀은 비마약성 진통제의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최근 방광 전 적출술을 받은 40~60대 환자 70명을 대상으로 절반(35명)에는 비마약성 진통제를, 나머지 절반(35명)에는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해 각각의 환자 회복 정도를 비교 연구했다.
관찰 결과,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 받은 환자군(42.9%)에 비해 비마약성 진통제를 투여 받은 환자군(8.6%)에서 수술 후 구토가 적었고, 처음 맑은 유동식을 섭취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최대 2.5일을 앞당기는 등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이외에 장폐색 등의 소화기관에 발생하는 합병증의 경우도 적어 치료적 효과는 물론 환자의 부담을 더는데도 기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비마약성 진통제가 투여된 환자가 겪는 통증 정도가 시간이 지날수록 마약성 진통제 투여군 환자군과 유사함을 보이며, 비마약성 진통제로도 수술 후 환자가 겪는 통증조절이 가능함을 확인했다.
오종진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비마약성 진통제 사용만으로도 환자의 장 기능을 조기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구토 증세를 줄이고 장내 가스 배출 및 배변을 원활히 돕는다면, 차후 환자의 총 입원 기간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외의 저명한 학술지인 Scientific Reports(네이처 자매지)에 게재됐었다.
한편 방광 전 적출술 후 환자가 수술 부위에 통증을 느끼면 자가조절진통제를 투여해 통증 완화를 유도하는데, 기존에는 환자의 식사 및 보행 등 회복을 앞당기기 위해 변비나 구역질 등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진통 완화 효과가 보다 큰 마약성 진통제를 주로 이용해왔다.
하지만 부작용이 적은 비마약성 진통제로도 환자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지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마약성분이 든 진통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