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미용 시술 원료로 사용되는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균주의 출처를 두고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1월 4일 기준 장종료 기준 메디톡스(086900) 주식가격은 –13.98% 감소한 반면 대웅제약(069620)은 +4.12% 상승했다.
◆메디톡스, 자사 보툴리눔 톡신 균주 유출 의혹 제기
메디톡스는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웅제약이 공개한 일부 염기서열이 메디톡스와 100% 일치한다”며,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유출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대웅제약이 진뱅크에 ‘홀’로 등록한 보툴리눔 균주 염기서열 확인 결과 전체 염기서열 370만개 중 독소와 관련된 염기서열 1만 2,912개 모두 메디톡스 균주와 100% 일치했다는 것.
메디톡스가 제기하는 대표적인 문제는 ▲대웅제약이 엘러간이나 메디톡스가 사용하는 ‘홀’ 균주라는 명칭을 붙였다는 점 ▲자연 상태 토양에서 보톡스 균주를 발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 ▲보툴리눔 톡신이 치명적인 미생물인 만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공개 필수라는 점 등이다.
이 자리에서 메디톡스 정현호 대표이사는 “대웅제약은 해당 균주 발견자가 누구인지는 물론 균주 관련 논문 한편도 발표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대웅제약 균주 기원에 대해 강한 의구심이 든다”며, “이에 대한 공개적인 발표나 토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홀’이라는 명칭은 미국 이반 홀 박사가 분리·동정한 균주에만 붙일 수 있는 고유명사이다”며, “대웅제약의 주장대로 균주를 한국 토양에서 발견했다면 ‘홀’이라는 이름을 붙여서는 안되고, 보툴리눔 톡신은 라면스프 분량으로 수백만 명이 운집한 메가시티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치명적인 단백질 독소이기 때문에 테러 집단 등에 악용될 경우 국민 생명과 안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30년 이상 보툴리눔 제제를 연구해 온 위스콘신대학교 에릭 존슨 교수도 “토양에서 타입 A형 홀이 발견될 수는 있지만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며,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에릭 교수는 보툴리눔 관련 국제연구 논문만 약 200편을 발표하고, 관련 특허 32개를 보유한 보툴리눔 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대웅제약, 법적 대응도 검토
대웅제약측은 메디톡스의 의혹 및 주장에 대해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고,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즉 ▲대웅제약 균주에 대한 문제제기는 메디톡스외에는 없다는 점 ▲국가기관도 요구하지 않는 기업 비밀정보라는 점 ▲경쟁사 흠집내기를 통한 사적인 이익을 취하려는 불순한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 등을 제기했다.
특히 메디톡스의 요구에 응할 이유나 막을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또 메디톡스 균주 출처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즉 명확한 근거 자료가 없다는 주장이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가 근거없는 사실로 인한 명예훼손이 계속된다면 이에 대해 법적으로 강력히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4개 업체 출시
한편 보툴리눔 톡신 A형 제제는 1989년 미국에서 출시딘 엘러간사의 보톡스를 시작으로 현재 전 세계 7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6년 메디톡스가 국내 처음으로 개발에 성공한 후 2009년 휴젤, 2013년 대웅제약, 최근 수출 허가를 받은 휴온스까지 포함하면 국내에서만 4개 업체가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출시한 상황이다.
질병관리본부에 제출한 신고서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위스콘신대학교에서 연구하던 연구자가 균주를 가지고 국내에 들어온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며, 휴젤은 2002년 부패한 통조림에서 보툴리눔 독소를 분리해 배양했고, 대웅제약은 2006년 토양에서 균을 채취했다고 보고했다.
메디톡스는 1000억원 국내 보톡스 시장의 약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체 염기서열은 특정 생물체를 나타내는 고유한 식별표지로 그 생물체가 무엇인지, 어디에서 유래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정보로 일종의 의약품에 부착되는 바코드다.
‘통합 보툴리눔 연구 협의회(IBRCC)’에 따르면 보툴리눔 균주는 미국에서는 주로 A형, 유럽에서는 주로 B형, 캐나다 및 알래스카에서는 주로 E형이 발견되며, F형은 프랑스 및 스페인, G형은 남미에서 제한적으로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보툴리눔 톡신이 맹독성 물질로 1g만으로도 100만명 이상을 죽일 수 있는 생화학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고위험병원체’로 지정돼 있고, 국제적으로도 ‘생물무기금지협약’에 따라 보툴리눔 톡신의 국가간 거래가 금지돼 있다.
진뱅크는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가 운영하는 유전정보 데이터베이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