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독감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거나 억제할 수 있는 ‘탄수화물 기반의 나노 구조체’라는 신물질이 개발돼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건양의대 이경복 교수를 비롯해 성균관대 곽종환 교수, 경북대 나동희 교수, 전남대 박종환 교수, 건국대 송창선 교수, 미국 렌셀러폴리테크닉대(RPI) 로버트 린하르트 교수팀이다.
이 교수팀의 연구논문에 따르면 독감(H1N1) 바이러스 감염환경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쥐는 100%의 치사율을 보였지만, 호흡기를 통해 신물질을 주입한 쥐는 80%의 생존율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또 독감 바이러스의 치료제로 알려진 ‘타미플루’에 내성을 가진 바이러스에 도 비슷한 수준의 감염 억제효과를 보였으며, 내성을 이기고 타미플루의 치료효과까지 되살리는 것을 입증해낸 것이다.
독감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는데는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리는데다 제조단가가 높고, 바이러스 변이도 빨라 개발이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 교수팀의 연구결과에 따라 세계적으로 독감 바이러스 감염의 예방과 치료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변종 독감 바이러스에도 감염 억제효과를 갖고 있어 치사율이 약 34% 인 고병원성 독감바이러스(H7N9)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학계는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 조류독감에도 항바이러스 효과를 가질 것으로 예상돼 가축들의 대규모 살처분 없이 축사나 서식지에 살포하는 방식도 적용할 수 있다.
건양의대 이경복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앞으로 탄수화물과 결합할 수 있는 분자구조를 가진 다른 바이러스에 적용한다면 고기능 고효율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등과 공동 수행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에 게재됐다.
한편 이번 연구의 특징은 탄수화물을 기반으로 한 나노분자를 타깃분자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HA와 최적의 결합력을 갖도록 나노디자인하여, 바이러스의 변이성이나 내성 바이러스 출현 등을 극복할 수 있는 고효능 예방 및 치료물질을 개발하고 기전을 명확하게 밝힌 것이다.
또 이 탄수화물 나노분자는 작용기전이 다른 인플루엔자 약제와 병용할 경우, 높은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어 인플루엔자의 예방에 기대되는 새로운 개념의 항바이러스제라고 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 발견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방어에 유효한 탄수화물 기반 나노구조체는 기존의 면역학적 방법에 의한 항체 중심 항바이러스요법의 한계성을 극복한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개발한 탄수화물 나노구조체는 유전적 변이가 적은 HA를 타깃으로 하여 바이러스 감염을 억제하므로 효능이 안정화되어 있고, 이 이론을 근거로 디자인된 나노 구조체들은 타입이 다른 사람 및 동물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사용할 수 있어 적용범위가 매우 넓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연구 성과의 탄수화물 나노구조체는 많은 항바이러스제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내성 바이러스 NA에 의한 효소분해에 대해 저항성을 가지며, 면역반응 유도에 따른 부작용이 없으므로 안전성이 확보된 우수한 항바이러스제이다.
이번 연구의 괄목할 만한 기술적 진보성은 탄수화물과 결합할 수 있는 분자구조의 단백질을 가지고 있는 다른 종의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이번 연구와 동일한 개념으로 탄수화물 나노구조체를 이용하여 고기능 고효율성의 항바이러제 개발이 가능하다는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