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차병원이 이 병원 환자 약 4,000명 분량의 혈액을 외부로 빼돌려 온 것으로 확인돼 경찰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분당차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소속 직원들이 진단 시약을 만드는 의료기기업체에 지난 2년간 혈액을 공급해 온 정황이 확인된 것이다.
이들이 빼돌린 혈액은 주로 염증 수치가 높거나 세균에 감염된 환자의 피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혈액·소변 등 병원에서 검사를 끝낸 검체는 다른 용도로 쓰지 말고 의료용 폐기물로 버려야 한다.
특히 혈액은 환자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담고 있고, 감염병 전염 위험 등이 있어 의료폐기물로 처리돼야 한다.
만약 혈액 샘플을 연구 등에 쓰려면 환자 동의부터 병원 심사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분당차병원에서는 이를 전혀 지키지 않아 혈액 샘플 관리에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 9월 초 진단검사의학과 직원의 내부 고발로 알려졌다.
보건당국 조사에 따르면 이 혈액 샘플은 이 병원 진단검사의학과 팀장이 수원 소재 바이오 업체로 빼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업체에 유출된 혈액은 약 4,000명 분량이며, 병원 측은 지난 9월 중순까지 이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학교 선·후배 사이인 진단검사의학과 팀장과 업체 대표가 빼돌린 혈액은 시험·연구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분당차병원은 관련 직원 3명을 파면한 상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하기는 어렵고, 의료폐기물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해당 병원에 벌금 처분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대해 보다 정확한 감독과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보건당국은 혈액샘플을 넘겨주는 과정에서 금전적 거래나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 있는지, 2년 넘게 혈액을 빼돌린 동기가 무엇인지 등을 조사하기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