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화 사회는 국가의 존립 위기와 직결한 최대 난제이다. 지난 십 수년간 정부는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하여 많은 정책과 예산을 쏟아내었지만 아직도 이 깊은 그늘에서 빠져나갈 빛은 보이지 않는다.
저출산 극복은 임신, 출산뿐 아니라 보육, 교육, 결혼, 취업, 주거 등 사회 전반적인 문제들에 대하여 국가와 범사회적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그 동안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자연분만 본인부담금 경감, 제왕절개수술 본인부담률 인하, 초음파 급여화, 고위험 임신 입원비 본인부담률 인하, 무통주사 급여화, 보조생식술 급여화 등 임신·출산과 관련한 임신부의 진료비 부담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춘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임신·출산 비용 경감만으로는 출산율을 효과적으로 올리는데 한계가 있고, 오히려 분만 인프라 붕괴의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총 출생아수는 2000년 63만 4501명에서 2014년 43만 5435명으로 약 3분의 2로 감소하였다.
앞으로 몇 년 후에는 가임기 연령의 여성인구 자체가 줄어 출산율을 높이더라도 장기적인 인구감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된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어렵게 임신을 한 임신부가 건강한 임신을 유지하여 건강한 아기를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특히 최근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평균 출산연령이 늦어지면서 고령 임신부가 급격히 증가하였고, 더불어 고위험 임신도 꾸준히 증가하면서 유산, 사산, 선천성기형, 조산 등 다양한 합병증이 증가하였다.
이 중 조산의 경우 2000년에는 전체 분만의 3.8%를 차지하던 것이 2014년에는 6.7%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하였다. 또한 조산의 절대적인 수치에 있어서도 2000년 23만 919명이 조산한 반면 2014년에는 29만 86명이 조산하여 21.6% 증가하였다(그림 1).
조산은 신생아 사망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고, 생존을 하더라도 다양한 미숙아 합병증이 발생한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뇌성마비를 비롯한 다양한 신경발달장애가 생길 수 있고, 청소년기 및 성인기의 고혈압, 당뇨, 비만 등의 성인병의 발생과도 관계가 있다.
따라서 조산을 비롯한 고위험 임신 치료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은 건강한 미래세대를 위한 새롭고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조산아의 예후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인자는 바로 분만 시 임신주수이다. 조기양막파수, 조기진통, 자궁경관무력증, 고혈압, 당뇨, 태아발육제한 등 조산이 예견되는 고위험임신부는 대개 3차 병원에서 고위험집중치료를 받게 되며, 치료의 가장 큰 목적은 임신기간을 연장하여 더 건강한 아기를 출산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임신 22주에서 25주 사이에 임신기간을 연장하면 신생아 생존율이 매일 2-3%씩 증가한다. 스테로이드, 자궁수축억제제, 항생제를 비롯한 다양한 조산 고위험 임신 집중치료는 임신기간을 연장시킴으로써 신생아 사망률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호흡곤란증후군, 감염, 뇌출혈, 신경발달장애 등의 미숙아 합병증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다.
고위험 임신 집중치료에 따른 임신기간 연장은 신생아중환자실 입원기간 및 신생아집중치료비 감소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서울과 경기 지역의 대표적인 2개 상급종합병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분만 시 임신주수가 증가할수록 신생아중환자실 재원일수는 급격히 감소한다.
예를 들어 임신 25주 미만에 태어난 미숙아의 신생아중환자실 평균 재원일수는 120일 가까이 되지만, 28-30주에는 약 70일로 줄고, 34주 전후로는 약 20일, 35주 이후에는 평균 5일 미만으로 감소한다. 이에 따라 신생아중환자실 진료비도 급격히 감소한다.
임신 25주 미만에는 평균 7천4백만원 이상의 진료비가 드는 반면, 27-29주에는 약 4천 5백만원, 33-34주에는 약 1천만원, 35주 이후로는 평균1~2백만원 수준으로 감소한다.
본 조사에는 신생아중환자실 입원기간 중 진료비만 계산을 한 것으로 퇴원 후 영유아기는 물론 청소년기 및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미숙아 관련 합병증 치료에 필요한 진료비용까지 계산하면 임신기간 연장이 전체 의료비 감소에 미치는 효과는 더욱 클 것이다.
결론적으로 고위험 임신 집중치료는 신생아 생존율을 높이고, 더 건강한 아기를 출생할 수 있게 하고, 전체 의료비를 감소시키는 등 비용-효과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고위험 임신 집중치료를 위해서는 24시간 산모-태아 모니터링이 가능한 시설과 장비가 필요하고, 산부인과 및 소아과 전문의, 전공의, 간호사 등의 전문 의료인력이 필수적이다.
이는 중환자실 수준의 진료행위가 투입이 되는데,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수가나 보상은 매우 부족한 현실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는 2014년부터 권역별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는 소수의 대학병원만 선정되기 때문에 우리나라 전체 고위험 임신부 집중치료 수요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또한 정부는 저출산과 맞물려 사회적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분만취약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환으로 정부는 분만취약지가산, 고위험분만가산,고위험임산부집중관찰입원료, 분만관리료 등의 다양한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책들은 무너지고 있는 우리나라 분만 인프라 회복과 고위험 임신 집중치료 개선에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 고위험 임신 집중치료 및 분만관련 지원을 더 확대하고, 현재 추진 중인 정책들이 조속히 현실화 될 수 있도록 정부와 학회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현재 우리나라 모성건강을 증진시키고, 건강한 미래세대를 낳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