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동료(의사)평가제(Peer Review)를 포함한 면허개선안이 의료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논란이 가장 큰 부분은 동료평가제.
◆동료평가제는 무엇인가?
보건복지부는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동료평가제도(peer-review)를 시범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즉 지역의료현장을 잘 아는 의료인 간에 관찰과 주의를 요하는 의료인에 대한 상호 평가와 견제가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현재 캐나다는 진료수행, 전문성유지 관련 매년 700여명 동료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대상=면허신고 내용상 진료행위에 현격한 장애가 우려되는 경우, 면허취소 후 재교부를 신청하는 경우, 2년 이상 보수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경우 등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운영=지역의사회에서 ‘현장 동료평가단’을 구성하여 진료적합성을 평가하고, 문제가 있는 경우 ‘진료행위 적절성 심의위원회’에서 심의, 필요시 자격정지 등 복지부장관에게 처분을 요청하게 된다.
△계획=의료계 자율적 시범사업으로 우선 실시, 평가항목, 방법 등 우리나라에 적합한 제도모형을 확정하여 의료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의료계 단체들 반대 이어져
이에 대해 노환규 전 의협회장은 ‘바보’라며, “문제는 전문가단체의 ‘Peer Review’는 ‘동료감시’나 ‘동료평가제도’와는 다른 뜻으로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의 행위 또는 행위에 따른 결과물을 평가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즉 복지부가 추진하는 동료평가제가 동료를 감시해 정부에 결론을 보고하는 방식이라면, 해외의 Peer Review는 정부의 개입없이 전문가단체가 자율성에 근거해 동료의 행위를 살핀다는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의료혁신투쟁위원회 최대집 공동대표는 “국내 동료평가제는 해외와 달리 별도의 외부기관을 만들어 강제적으로 평가 및 복지부에 보고하는 방식으로 북한의 5호 담당제와 다를 것이 없는 제도다”고 비판했다.
의료윤리연구회도 핵심적인 문제는 현재 의료계에 자율징계권이 없다는 점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료 평가제도를 가져와도 제대로 실행될 수 없는 것이며,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평의사회도 북한에서 주민들 감시하기 위해 하는 5호담당제나 동료평가제는 비슷한 제도라며 강한 반발을 나타냈다.
의협 대의원회도 의협이 의료법과 시행령에서 정한 통상적인 윤리위의 구성·운영에 관한 사항을 충실히 준수하고 있음에도 의협 정관에 명시된 윤리위의 구성에 관한 고유 추천권까지 관여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지에 우려가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의협 윤리위에 복지부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이유와 이것이 합리성을 확보하는 것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다만 의협이 실질적인 자율징계권을 확보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의료법에서 정하지 않은 사항까지 포함시켜 의협 스스로의 자결원칙에 어긋나는 논의는 반대한다는 것이다.
대한병원협회 박상근 회장도 11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개최된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춘계학술세미나에서 동료평가제를 공개적으로 하는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정부의 주도 아래 추진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의료계의 자율적인 검토와 도입으로 추진돼야 하는 사업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향후 법 개정으로 이를 강제화하는 것은 의사 간의 상호 감시를 요구하는 것이며, 자율징계권에 대해 얘기하기보다 징계권 전체를 의협에 완전히 이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의협 찬성 “자율적 동료평가”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5호담당제와 비슷한 제도라는 의견 등은 사실과 다르다”며 의료인에 대한 전문적인 평가는 전문가인 동료에 의해 ‘자율적’으로 이루어질 때 가장 공정하고 정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협은 의사 동료에 의한 평가를 통해 전문성과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최근 의료윤리학계의 공통적인 연구결과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즉 의료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증대되고 있는 현실에서는 의료에 대한 전문직업성을 지켜나가고 자율 정화 기능을 통해 의료인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율적 동료평가가 효율적인 수단이 되어 줄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의료인의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강압적 통제를 받아야 할지도 모르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네델란드·캐나다·벨기에도 의사면허 인증평가에 ‘동료평가’를 포함하고 있으며 네덜란드는 5년마다 3명의 의사에게서 동료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례도 제시했다.
의협은 “동료평가에 대한 해외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의료인 상호간의 평가가 회원의 보호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고 안정적인 진료환경 조성에 일조할 것이라면서 전체 회원을 보호하면서 정부의 규제로부터 의료계를 스스로 지켜나가기 위한 제도가 될 수 있도록 모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동료평가제도가 의사뿐 아니라 의료법상 의료인인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간호사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것임을 지적하고, 의료인단체의 자율관리 기능을 강화시키는 방안으로 제도시행을 모색하여 나갈 것임을 분명히 한다”며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자칫 회원들을 옥죄는 규제가 되지 않도록 면밀히 대응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의료계 일부에서 동료평가제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만큼 정확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필요하면 설명회를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 대의원회 정기총회에서 ‘동료평가제’ 가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