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의 기대감으로 눈길을 모았던 일명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의료계에 실망감만 안겨줬다.
국회는 지난 24일 본회의를 열고 추경안에 대해 재석의원 207명 중 찬성 149명, 반대 23명, 기권 35명으로 의결했다.
이번에 의결된 예산은 정부가 당초 책정한 11조8,000억원 중 2,638억원이 줄어든 11조5,362억원의 추경안이 통과됐으며, 이 중 메르스 피해 의료기관 지원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제시한 5,000억원보다 절반이나 깎인 2,500억원으로 결정됐다.
이는 정부가 당초 제시한 1,000억원에 비하면 1,500억원 증가한 것이지만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물론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결정하여 올렸던 5,000억원에 비하면 절반에 불과한 금액이다.
이에 따라 메르스 피해병원 지원예산은 2,500억원으로 확정됐으며, 보건소 및 공공의료원 시설 및 장비 확충 337억원, 보호자 없는 병동 50억원, 보건소 등 감염병 관리시설 및 장비 확충 1,654억원 등이 편성됐다.
특히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을 위한 예산 101억3,000만원은 전액 삭감됐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은 본회의 반대토론을 통해 “이번 추경은 메르스 사태 수습을 위한 메르스 추경임에도 메르스 후속대책 예산을 삭감할 수 있나”며 “여야 대표 8명이 모여 합의한 공공의료 강화의 약속을 정부가 앞장서서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메르스에 감염된 186명의 국민과 36명의 희생자분들에게 미안하지 않습니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추경예산에 찬성할 수가 없습니다. 의원 여러분들도 찬성하셔서는 안 됩니다”라고 강하게 반대했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도 “당초 메르스 추경안으로 알고 있었는데 메르스 관련 지원 예산은 전체 24%에 불과하다”며 “이번 추경안은 총선용으로 무책임한 추경 편성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병원협회는 지난 23일 메르스 사태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전국 85개 메르스 피해병원 일동 명의의 호소문을 통해 “메르스 의심환자와 감염환자를 돌보는 매 순간에도 병원과 의료인이 입을 피해를 먼저 걱정한 적이 한 순간도 없었으며, 오직 최선을 다해 감염환자를 진료하며 하루 빨리 감염 확산이 종식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다”고 강조했다.
또 “메르스로 인해 병원에서 치료·격리되었던 환자들 대부분이 완치되어 정부의 메르스 종식 발표만을 기다리고 있는 시점에서 남은 것은 잊혀지지 않는 정신적 상처와 병원 폐쇄 등에 따라 급감한 진료수입으로 발생한 5천여억원의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뿐이다”며, “이는 절대 병원들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규모로 하루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암울한 현실에 처해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과에 대하여 한 대학병원 병원장은 “이번 추경안을 보면서 역시 변한 것은 없다는 것을 느꼈다”며 “제발 정부와 국회의 말을 100% 신뢰하면서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이번 추경안은 한달 운영비가 최소 200~300억 이상 소요되는 병원들에게 약 10%(20~30억)만 지원하면서 부족한 것은 병원에서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이다”며 “앞으로 이번 메르스 같은 상황이 또 다시 발생할 경우 의료계가 정부의 협조요청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도 지난 24일 ‘이게 메르스 대책인가’라는 성명서를 통해 전면적인 실태조사와 합리적 보상을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메르스로 인한 피해규모가 얼마인지 파악이라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메르스가 한참일 때는 모든 지원을 다할 것처럼 약속해놓고 메르스 사태가 종식국면에 들어서자 언제 그랬냐는 듯 정부 차원의 지원을 축소하기 바쁘다”며 “정부가 메르스 사태에 대한 피해 지원규모를 축소하고 감염병대응 예산규모를 축소하는 것은 메르스 사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고, 메르스 사태의 교훈에 역행하는 처사이다”고 밝혔다.
또 “정부는 국가책무를 외면하지 말고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과 음압격리병상 확충, 우수한 시설과 장비, 인력 인프라를 구축하고 운영비를 지원해야 한다”며 “정부는 의료를 돈벌이로 내몰지 말고 감염병대응체계를 튼튼하게 구축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취약한 공공의료체계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에 본회의를 통과한 메르스 피해 보상액 2,500억원은 앞으로 메르스 환자 치료 병원, 집중관리병원, 발생 및 경유 의료기관 등을 대상으로 손실보상위원회 심사를 거쳐 지원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