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환자를 수술하는 경우에는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직접 환자에게 수술에 관하여 설명하고 그 동의를 얻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의료법’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반대입장을 제시했다.
남인순 의원은 지난 4월 22일 ‘의료법’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의안번호 제14839호)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남인순 의원실은 환자를 수술하는 경우에는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직접 환자에게 수술에 관하여 설명하고 그 동의를 얻도록 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고 의료분쟁에서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려는 것(안 제24조의2 신설)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의협은 의사의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는 그 범위와 내용, 입증책임의 소재 등에 관하여 판례에 의해 확고한 법리가 정착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즉 대법원 판례의 확고한 태도는 개정안이 명시한 수술 시에만 한정하지 않고 검사·진단·치료 등 침습적인 행위가 이루어지는 진료의 모든 단계에서 설명의무를 요구하고 있으며, 그 이행여부에 관한 입증책임은 의사에게 있다는 것(대법원 2013. 4. 26. 선고 2011다29666 판결,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이라고 되어 있다.
또 제안이유 중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점은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를 전혀 고려하지 못한 내용이며, 설명의무는 수술 시에 한정되지 않고 침습적인 진료의 단계마다 인정되어 환자의 자기결정권은 이미 충분히 보장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특히 치료 당시의 모든 제반 상황 및 환자의 의식수준 등에 따라 (환자의 분별력 여부, 위험의 전형성, 합병증의 발생빈도, 침습의 긴급성 등) 의사에게 요구하는 설명의무의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의사의 설명의무 범위를 개정안과 같이 일률적으로 법률로써 규정하는 것은 그 실효성과 현실 반영의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의사의 설명의무 여부는 본질적으로 각각의 사안별로 제반 정황을 따져 민사법원이 판단해야 할 사안이며, ‘단순 봉합’, ‘화상처치’ 등과 같이 굳이 자기결정권이 필요하지 않은 단순한 수술에 관하여도 일률적으로 설명의무를 부과하여 규제하는 것 또한 부당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법령에 명시된 요건의 단편적 이행여부에만 초점이 맞춰진다면 환자 개개인의 상황에 비추어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설명의무가 이행되었는지를 측정하거나 증빙할 수 없기 때문에 ‘설명의무의 질’에 관한 논란이 커질 수 있는 문제점이 야기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최근 들어 설명의무흠결을 인정하는 것이 의료사고에 있어서의 과실 또는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다는 점 때문에 설명의무흠결을 이유로 의료소송의 승패가 결정되는 경향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설명의무 조항이 입법화 될 경우 해당 조항이 의료소송 남발의 단초로 악용되어 의료인과 환자간의 신뢰관계가 허물어 질 수 있다.
의협은 “판례법을 기본으로 하는 영국, 미국 뿐 아니라 성문법 체계를 갖고 있는 독일에서도 설명의무를 법에 명시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을 고려하여 볼 때, 결국 설명의무는 헌법 제10조에서 파생되는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사안별로 법원이 규율해야 할 문제이고 법률로써 규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결국 개정안은 현행 대법원 판례에 의해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충분히 보장되고 있는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를 고려하지 않았고, 판례의 태도와 비교할 때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한다고 볼 수도 없으며, 사안별로 복잡다기한 진료의 구체적 내용 및 환자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단편적인 규정인바, 개정이 불필요하다”고 개정반대이유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