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전공의 수련환경과 처우 개선을 위한 법적인 해법이 제시될 수 있을까?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이 12일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와 공동으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전공의 처우 및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입법공청회’를 통해 이에 대한 해법을 논의했다.
◆대전협 마련 ‘전공의특별법’ 초안…교육 현실화 및 벌칙조항 강화
이날 공청회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전공의특별법’ 초안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전공의 주당시간 단축(현재 88시간->64시간) ▲전공의 수련평가기구 독립 ▲부당한 대우 신고 전공의에 대한 비밀 보장 의무 강화(위반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수련계약서 작성 의무화(임금, 수련시간, 휴일 및 휴가, 수련시간 계산 및 기록방법 등 포함) △수련시간은 주당 40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고, 추가수련 등의 교육은 24시간까지 연장, 연속 수련시간도 휴식시간을 제외하고 30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
△주당 평균 1일(24시간) 이상 유급 휴일, 연장수련이나 야간(오후 10시~오전 6시)·휴일 수련 시 통상임금의 50% 이상 가산 지급 △수련기관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도 수련시간으로 인정 △여성 전공의들의 출산휴가 3개월을 의무화하고 수련 기간 등에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했다.
또 이를 강제하기 위한 벌칙 조항도 강화했다.
△수련계약서 작성 의무 위반시 500만원 벌금 △수련시간과 휴일, 여성전공의 보호 조항을 어기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 △연장·야간·휴일 수련에 대한 조항 위반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부당한 대우를 신고한 전공의에 대한 비밀 보장 의무를 위반, 누설 및 불리한 조치를 취한 수련기관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독립적 ‘전공의수련평가기구’ 설치…복지부 역할 강조
독립적인 ‘전공의수련평가기구’ 설치에 대한 의견도 제시됐다.
즉 이 평가 기구를 통해 매년 전공의 수련환경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보건복지부에 보고하며, 복지부는 이 평가 결과를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반영토록 한다는 것이다.
평가 기구의 운영 및 평가 등에 관한 업무는 기존 대한병원협회가 아닌 의협에 위임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주요 사항 심의를 위해 복지부 산하에 ‘전공의수련환경심의위원회’ 설립을 통해 전공의 수련과 육성에 대한 책무를 강화시키고, 복지부가 전공의 수련에 필요한 비용 및 평가기구 운영 등에 대한 경비를 지원하도록 했다.
◆복지부 “지속적 모니터링 및 개선노력 지속적으로 하겠다”
복지부 임을기 의료자원과장은 “이미 정부는 지난해부터 병협 및 대전협과 협의해 8개 항목을 개선했고, 이후에도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협의체를 통해 개선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정부가 모든 것을 한꺼번에 지원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개선하려고 하고 있다”며 “병원계와 전공의 등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수련규칙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것이다”며 “복지부도 이 문제에 대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눈 감고 있지는 않다. 관련 단체들과 개선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관련하여 전공의가 하는 일에 대한 분석을 위해 대전협, 의협, 의학회, 병협이 참여하는 수련협의체를 통해 조사도 한다는 계획이다.
◆의협vs 병협…“관련입법 필요”vs “수련병원 혼란 가중”
이와 관련해 의협과 병협은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우선 병협은 지난 11일 김용익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을 방문해 전공의특별법 제정의 문제점과 의협에 수련환경평가기구를 위탁, 운영하는 것에 대한 문제점 등과 전국 수련병원 의견을 취합한 호소문을 전달했다.
병협측은 “이미 지난 2013년 4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추진을 위한 ‘전공의 주당 최대 수련시간’ 등 8개 항목에 합의한 제도 개선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이와 관련된 법안이 추진되면 일선 수련병원의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다”고 주장했다.
병협 박상근 회장은 김용익 의원과의 면담 자리에서 “미래 지향적 의료공급체계의 발전을 위해 현행 전공의 수련제도 전반에 걸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이 당초 정부와 의료계 간 합의대로 잘 추진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달라”고 건의했다.
반면 의협은 의정합의를 통해 논의된 각 수련병원의 실질적인 수련환경 개선이 형식적으로만 끝나면서 전공의 파업 등 더 큰 혼란이 발생하고 있어 관련 입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의협 강청희 상근부회장은 “전공의의 안전이 환자의 안전이라는 인식하에 전공의의 안전을 위한 수련환경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며 “전공의 처우 및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며, 법 제정을 통해 전공의의 안전과 환자 안전을 동시에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전공의특별법에는 각 이해관계자가 수련기관의 지정기준, 전공의의 정원, 전공의의 수련과정 등의 정책 참여할 수 있는 수련교육에 대한 심의기구에 대한 내용이 법안에 담겨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추무진 회장은 “전공의가 노예화된 원인은 저수가다. 저수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수련환경 개선이 힘들다”며 “수련평가기구가 독립될 수 있도록 협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대협 ‘전공의 특별법’ 지지…“현재 진료 및 수련환경 두렵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는 “주당 100시간이 넘는 과중한 근무시간, 합리적 보상을 받지 못하는 건강하지 못한 진료환경이 두렵다”며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전문성을 갖춘’, ‘환자를 위한’ 진료를 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지금 수련환경은 배운 것과 해야 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하고, 이를 지켜보는 입장에서 좋은 의사가 무엇인지 고민할 수 밖에 없게 한다는 것이다.
의대협은 “객관적이고 명확한 지표가 있는 표준화된 수련환경을 통해 환자를 위한 우수한 의료인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밝혔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송명제 회장은 “지난 64년 동안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요구가 실현되지 않았다. 이제는 해묵은 숙원을 풀어 달라”며 “지난 2002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 전공의 98%가 법정근무시간을 초과해 근무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개선책들이 제시됐지만 지금도 똑같은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병원들이 신임 규정을 안 지켜도 아무도 확인하지 않고 제재하지도 않는 현실에서 병원은 전공의에게 거짓말을 하도록 하고, 그 거짓말을 정부는 믿는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그동안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의총 “병협 및 병원이익 대변단체 인물은 반드시 배제해야”
전국의사총연합(이후 전의총)은 “전공의 특별법 마련을 위한 어떤 논의도 환영하며, 이번 공청회는 의료계의 역사에서 아주 큰 의미가 있는 첫걸음이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전공의 특별법에서 구체적인 수련 환경 기준에 대한 명시를 하는 방법도 좋고, 제 3의 수련평가기구 설립을 명시하는 방법도 역시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전의총은 “다만 분명히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제 3의 수련평가기구란 OECD 평균수준의 보편적인 수련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기구이며, 미국에서처럼 사용자측인 병원협회나 병원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 인물 등은 반드시 배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김용익 의원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
김용익 의원은 “전공의 수련환경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하나도 없어 서글프다”며 “당시 나이가 제일 어린 이사로 참여한 내가 선배들에게 전공의 신임업무를 병협에서 대한의학회(이하 의학회)로 이관해서 가져오자고 제안했다가 같은 의사단체끼리 싸울 수 없다는 이유로 단칼에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또 “전공의특별법 제정을 제안했을 때 엄청나게 괴로울 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하겠다고 답한 것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문제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고, 중요한 문제는 덮어두고 지나갈 순 있어도 사라지진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시작하게 됐으며, 여러가지를 고려하여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는 병협 관계자들이 단 한명도 참석하지 않아 공청회 주최측과 참석자들 이 유감을 표시했다.
이번 입법안과 관련해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이번에 제시된 내용들이 모두 받아들여지면 좋겠지만 현실적인 문제들도 많다”며 “특히 저수가속에서 병원들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들이기 때문에 쉽게 결론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복지부 입장에서는 병협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며 “이번 공청회를 기점으로 보다 전향적인 논의와 방향이 제시되길 바랄 뿐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