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의료기기 사용 허용을 두고 대한한의사협회(회장 김필건, 이하 한의협)와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 이하 의협)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한의협 “한의의료행위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한의협은 14일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12월 28일 정부가 발표한 규제기요틴에 대한 입장을 제시했다.
김필건 회장은 “이번 규제기요틴에서 제시한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및 보험적용 확대는 어느 특정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 없다 하는 단순한 문제로 접근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고 밝혔다.
즉 안압측정기, 혈액검사 등은 물론 CT, MRI, 소화기내시경, IPL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최신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한의학이 현대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현대과학이 이루어낸 다양한 성과와 기술들을 적극 활용하여, 객관적 진단, 다양한 한의학적 치료기술 확보, 치료성과의 과학적 검증과 신약 개발 등의 과제를 수행하는 틀이 마련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일차적으로 진단의 정확성과 진료과정에서 환자의 예후를 정확히 관찰하기 위한 과학적 진단장비의 활용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과 관련해서도 의대생들에 비해 절대 뒤쳐지지 않는 수준이라는 것.
한의협 김태호 기획이사는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의대와 한의대의 교육 내용이 약 75% 이상 비슷하다’고 나왔다”며 “의대생들과 비교해도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막아야 할 이유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규제기요틴의 핵심은 ▲한의의료행위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 ▲이로 인해 날로 확대되는 세계전통시장에 우리 한의학이 우뚝 설 수 있는 과학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 회장은 “자신들만이 유일한 의료인 집단이라고 착각하며, 국민 건강을 볼모로 행하고 있는 갑질 문화를 청산하고, 국민보건향상을 위해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합리적인 의료환경건설에 함께 나서기를 적극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특정직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로지 국민의 편에 서서 이 문제에 대한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꼭 살펴봐 달라”고 덧붙였다.
◆의협 “국민 건강과 안전을 단두대에 올리는 것”
반면 의협은 정부가 발표한 규제 기요틴 과제와 관련하여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사법부의 판결을 근거로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환자를 진단함에 있어서 현대의학의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적 원리와 한의학의 기본원리인 음양오행 이론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의료현장에서 사용되는 진단기기는 엄격히 구분되어 적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현대의학과 한의학은 근본적으로 학문적 원리를 비롯하여 질병의 원인과 발병기전에 대한 이해체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현대의료기기를 공통적으로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의협은 사법부나 정부에서도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의 경우 구체적 행위가 ‘학문적 원리’를 어디에 두고 있는가에 따라 구분된다고 판시하고 있고,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와 관련하여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협 신현영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의료인이라고 하여도 의료체계가 이원화되어 있고 그 업무영역이 구분되고 있어 의사에게 허용되는 업무영역이 단순히 동일하게 한의사에게도 허용된다고 볼 수 없다”며, “사법부에서도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결하고 있는 만큼,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편향된 여론조사와 검증되지 않은 경제논리로 국민 건강과 안전을 단두대에 올리는 것은 매우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다”고 우려했다.
특히 의협은 “우리 의료계는 정부의‘규제기요틴’발표를 접하고, 정부가 진정 국민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바람직한 보건의료체계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되묻고 싶다”며 “이원화된 의료체계에서 한의사들에게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게 하고, 영구적인 흉터가 남고 감염의 우려가 있는 문신을 정부가 나서서 권장하는 것이 과연 국민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가 앞장서서 발표할 수 있는 것인지 개탄스러울 뿐이다”고 밝혔다.
또 11만 의사들의 진심을 담아 ▲‘규제기요틴’보건의료과제 철회 및 원점에서 의료계와 재논의할 것 ▲의사의 고유영역을 한의사에게 허용하겠다는 것은 불법을 합법화하는 것 ▲의료행위, 한방의료행위, 치과의료행위를 의료법 하위법령에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법령개정작업 진행 ▲정부의 ‘규제기요틴’과제 추진 강행은 의료의 본질을 훼손하는 중대사안 이라는 등의 4대 사항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