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 환자 10명 4명은 본인이 변비 증상을 겪어도 증상인지를 모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 운동학회 변비연구회(위원장 최석채)가 국내 변비 환자의 증상 인식 정도와 치료 실태에 대한 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확인되었다.
이번 조사는 일반 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환자 중 변비로 진단받은 환자 625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조사 결과 변비에 해당하는 6가지 증상(▲과도한 힘주기 ▲잔변감 ▲적은 배변횟수 ▲딱딱한 변 ▲직장항문 폐쇄감 ▲배변을 위한 추가 손동작)을 경험한 사람은 많았지만, 이같은 증상을 변비의 증상이 아니라고 오해하는 사람이 다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표)변비 환자들이 경험한 증상과 변비가 아니라고 오해하는 증상 비교
응답자 중 ▲400명이 과도한 힘주기(64.6%) ▲392명이 잔변감(64.2%) ▲363명이 적은 배변 횟수(58.9%) ▲359명이 딱딱한 변 (58.9%)의 증상을 경험했다고 답했지만, 이를 변비 증상이라 생각하는 비율은 훨씬 낮았다.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 중 159명(25.4%)만이 과도한 힘주기가 변비 증상이라고 답했으며, 딱딱한 변을 변비 증상으로 꼽은 환자도 170명(27.2%)에 불과했다.
적은 배변 횟수를 꼽은 사람도 216명으로 3명 중 1명꼴에 불과해 흔히 겪는 변비의 징후를 일시적 증상 정도로 여기는 환자가 대부분이었다.
변비의 주요 6가지 증상 중 절반이 넘는 3개 이상을 변비 증상이 아니라고 꼽은 환자가 37%에 달했다. 6가지 증상 모두 변비가 아니라고 응답한 환자도 6.7%나 되었다.
이 외에 의학적으로 변비로 정의할 수 없는 상태를 스스로 변비라고 오해하고 있는 환자도 많아 제대로 된 질환 치료의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조사에 참여한 환자 62.3%가 6개월 이상 변비 증상을 겪었지만, 아무런 치료도 하지 않았다고 답한 사람은 320명으로 절반을 넘었다.
치료를 받는 환자 중 207명(33.1%)은 민간요법이나 약국에서 판매하는 변비약에 의존하고 있었다. 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았다고 답한 사람도 단 98명(15.1%)에 불과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이태희 교수(순천향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는 “변비 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들이 변비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지만, 대부분 환자가 변비의 증상을 오해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석채 위원장(원광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은 “변비는 환자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고, 방치하면 심각한 2차 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어 병원을 방문해 올바른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9개의 대학병원에 일반 검진을 위해 내원한 20세 이상 성인 625명을 대상으로 2012년 1월부터 6월까지 진행되었다.
한편 만성변비는 드문 배변 횟수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점 외에도 ▲배변 시 무리한 힘이 필요하거나 ▲대변이 딱딱하게 굳는 경우 ▲배변 시 잔변감을 느끼고 ▲배변을 위해 손가락 등의 부가적인 조치가 필요하거나 ▲항문이 막혀서 대변이 잘 안 나오는 것 같다(항문 폐쇄감)는 증상이 동반된다.
또 약국에서 구입해 복용하는 변비약으로 개선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도 만성변비에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