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내과 전공의 파업사태, 무엇이 문제인가 - 대전협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입원전담전문의 도입 촉구 기자회견’ …
  • 기사등록 2014-11-16 15:52:32
  • 수정 2014-11-16 16:17:22
기사수정

최근 문제가 된 내과전공의 파업사태와 관련해 무엇이 문제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16일 오후 2시, 대한의사협회관 1층 프레스센터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송명제, 이하 대전협)의 기자회견이 개최된 것.

‘내과 전공의 파업사태, 무엇이 문제인가’…“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입원전담전문의 도입 촉구 기자회견”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이번 기자회견은 최근 여러 수련병원에서 불거진 내과 전공의 파업 사태의 원인에 대해 전공의 사회의 문제의식과 요구안에 대해 발표하는 자리로 진행됐다.
 
6-2.jpg

대전협은 이 자리에서 보건복지부가 올해 제시한 수련환경 개선안에 대한 각 병원의 시행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으며, 전공의 수련환경의 개선 없이는 환자 안전이 위험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대전협 기자회견문
내과의 위기? 지금 적신호가 켜진 곳은 내과가 아니라 한국 의료시스템 자체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노동 강도, 더 이상 버티기만 할 이유 없어

내과의 위기 아닌 한국 의료의 위기
최근 일선 대학병원 내과 전공의들이 자신들의 수련 환경과 근로여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서 집단행동을 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전공의들은 이전과 달리 문제제기 하는 수준을 넘어 병원 측에 구체적인 대안으로서 입원 전담 전문의(호스피탈리스트)의 고용을 직접적으로 요구했을 뿐 아니라 병원 측의 조속한 문제해결을 촉구하며 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목격하며 세간에서는 ‘내과의 위기라’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작금의 사태는 결코 개별 병원이나 특정 진료과의 문제라고 볼 수 없다.

현재 의료 현장에서 분투하고 있는 전공의들이 수련환경과 근로여건에 대해 가진 불만은 특정 진료과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아직 직접적인 행동으로 가시화되고 있지 않지만 다른 수련병원 전공의들에게서도 수련환경 개선이나 입원 전담 전문의 고용에 관한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고 진료과 또한 내과에 국한되어 있지 않았다.

지금 내과 전공의들이 앞장섰다고 해서 ‘내과 인기 추락’ 정도로 이 문제를 축소시켜 해석한다면 올바른 해결책이 도출될 수 없고 그렇게 된다면 내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진료과에서 차례로 비슷한 움직임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

현재 한국의 의료시스템에는 구조적 문제가 있으며 내과에서 벌어진 파업 사태는 전공의들의 분노가 임계점에 다가왔음을 알려주는 적신호일 뿐이라는 것을 정부와 의료계는 알아야 한다.

근로시간 제한은 환자를 위한 일
전공의 수련 환경에 관해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근로 시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것이다. 전공의들의 근로 시간은 주당 평균 80시간 이상으로 근로기준법이 제한하는 근로 시간을 한참이나 상회한다.

전공의들은 근로자일 뿐 아니라 수련생이기도 하다며 법의 적용을 느슨하게 받고 있지만 정작 초과근무 때문에 수련을 위해 할애할 시간조차 없다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전공의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로 병원의 만성적인 인력부족에 기인하는 구조적인 문제다. 그래서 전공의들의 요구는 추가 인력을 확보하라는 것에 수렴할 수밖에 없다.

전공의들이 무리하게 초과근무를 해야 한다는 것은 환자들을 위한 의료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전공의의 근로 시간을 법으로 엄격히 제한하는 이유는 전공의들의 처우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환자의 안전을 위한 것이었다.

또 전공의가 초과근무를 하느라 양질의 수련을 받지 못 한다는 것은 향후 우리나라 의료의 발전이 저해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역시 국민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다. 전공의 수련환경 및 근로여건 문제는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당면해 있는 사회적 문제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어떤 병원에서도 실제로 입원 전담 전문의가 뽑혀 전공의들의 수련환경이 개선되었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일선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병원들이 항의하는 전공의들에게 추가 인력을 뽑아 주겠다고 약속한 다음 정작 추가 인력 확보에는 소극적으로 임하며 전공의들의 분노가 가라앉기만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앞장선 전공의들을 달래기 위한 땜질식 조치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이 자명하다.

전공의들에게 거짓말 강요하는 병원
사실 전공의들이 처한 열악한 상황은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의료계와 정부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를 타계하기 위해 작년에 전공의 수련규칙 표준안이 개정됨에 따라 전공의들은 올해 7월부터 주당 근무 80시간 초과하여 근무할 수 없으며 각 수련 병원은 개정안에 따른 <수련현황표>를 작성해서 보건복지부에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는 수련규칙 표준안 개정 이후 자신의 근무 여건이 나아졌다고 하는 전공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에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가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수련환경은 나아진 바가 없고 수련 병원들이 보건복지부에 보고하는 내용은 대부분 거짓이라는 점이 드러났다.

복지부에 보고하도록 작성되고 있는 <수련현황표>가 실제 근무시간과 일치한다는 보고는 23.9% 에 그쳤다.

대전협이 2014년 10월 24일 부터 11월 13일까지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총 1,617명의 전공의들이 참여하였으며, 설문 결과는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수련규칙 표준안 개정 이전 근무시간이 주당 80시간 이상이었다.” 76.8%
“수련규칙 표준안 개정 이후에도 근무 시간이 동일하다.” 81.4% (오히려 늘었다. 8.9%)
“병원으로부터 <수련현황표>를 거짓 작성하라는 직접적인 압력을 받았다.” 44.5%

탈진한 초년 의사들이 환자 치료를 전담, 입원 환자들은 각종 의료 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꼴.
일부 전공의들은 주 80시간보다 초과 근무를 할 경우 <사유서>를 작성하도록 병원으로부터 강요받았다고 보고하고 있었다.

초과 근무를 한 것이 전공의 개인이 저지른 ‘잘못’인 것처럼 호도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전공의들은 실제로 일을 했으면서도 일을 하지 않았다고 병원 측에 거짓 보고를 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일부 전공의들은 여전히 근로 현장에서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었다. 대전협이 지난 4월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무려 22%의 전공의가 신체적으로 폭행당한 경험이 있다고 보고했는데 이 중 50.3%가 교수와 상급 전공의에게 당한 폭행이었다.

개인간의 문제라고 보기엔 너무 많은 비율이었다. 이는 살인적인 초과 근무를 어떻게든 해내도록 강제하는 구조 속에서 전공의가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 할 경우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이런 비정상적 병원 환경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환자들로서도 매우 불행한 상황이다. 초과 근무에 지친 몸을 쉬는 대신 폭력이 두려워 진료에 다시 매달려야 하는 전공의가 양질의 의료를 생산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

사람이 17시간 동안 잠을 자지 못하면 인지기능의 저하 수준이 운전면허 정지 기준인 혈중 알코올농도 0.05%에 해당하며 24시간 동안 잠을 자지 못하면 0.1%에 해당한다고 알려져 있다.

대전협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전공의 중 15%가 하루 2시간 이하의 수면으로 버티고 있다고 호소했다. 36시간을 초과해서 연속 근무를 하는 전공의는 무려 40%였다. 의료 사고는 순간적으로 발생한다. 환자를 안전하게 진료하고 싶은 것이 모든 전공의들의 바람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피로가 의료 사고로 이어질까봐 두려워한다.

병원과 정부, 전문의 추가 인력 고용 없이 숫자 조작만 조작하고 있어
국민들에게 제공되고 있는 의료의 현실이 이러하지만 병원들과 정부는 개정안만 만들었을 뿐, 이를 시행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전공의의 근무 시간 상한제를 지키기 위해서는 서류작업이 아니라 환자 진료를 위한 추가적인 인력 고용이 필요하다.

간호사인 PA를 고용해서 의사가 하는 일을 대신하게 하는 관행도 불법임이 재차 확인되었지만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

정부와 일선 병원들은 선진국에서 이미 보편화된 입원 전담 전문의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위한 방안 마련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는 병원 환경의 근본적인 정상화를 요구하는 전공의들에게 정상화 되었다고 보고하라는 거짓말을 강요하는 촌극을 연출하고 있다.

거짓말을 준비 중인 정부
정부는 국민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준비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수련규칙 표준 개정 이후, 조작되어 보고된 <수련현황표>를 근거로 전공의들의 근무 환경이 개선되었다고 발표할 계획이다.

만약 이 <수련현황표>가 거짓인 경우 어떻게 하겠냐는 질의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전공의들에게 민원을 넣게 하여 해당 수련병원을 재검토하겠다”는 답변을 했다.

그러나 현재 전국의 거의 모든 수련병원이 바로 거짓 보고를 한 민원 대상인 상황이다. 게다가 전공의가 보건복지부에 민원을 제기하려면 실명 민원이어야 하고 익명이라 하더라도 해당 병원, 해당 전공과에 실사가 나갈 경우 사실상 제보자의 신변 보호가 불가능하다. 정부의 대응은 한 마디로 ‘가만히 있으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

분노하는 전공의들, 각 병원에서 자발적 항의 움직임
지난 3월 전공의들은 전국 파업을 강행하며 정부와 병원 측에 전공의 수련 환경 정상화와 3차 병원의 추가 의사 인력 도입을 요구했었다. 전공의들이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일선 현장으로 복귀했을 때 정부는 전공의들과 수련환경 개선에 대해 약속을 했지만 지금 전공의들에게 돌아온 것은 ‘개선된’ 수련 환경이 아니라 ‘개선된 것으로 작성해야 하는’ <수련현황표> 뿐이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대해 기만적인 대처로 일관하는 현 정부가 열심히 추진하고 있는 정책은 따로 있다. 원격의료와 의료 영리자회사설립 허용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이미 잘못되어 있는 의료체계를 더욱 왜곡시키는 일이기 때문에 지난 3월 전공의들은 전국 파업에 나서며 국민 건강권을 위협하는 원격의료와 의료영리화를 반대한다는 기치를 명확히 내걸었다.

하지만 정부는 전공의들뿐만 아니라 의료계의 각 단체들과 전문가들이 모두 반대하는 정책들을 지금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선 전공의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행동을 강구하고 나서려는 데에는 전문가를 배재한 채 잘못된 정책을 밀어 붙이기만 하는 정부에 대한 불신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규제 조치 없이는 개선도 없어. 전공의 수련환경 감독할 독립적인 수련환경평가기구 필요
전공의들의 요구는 지극히 상식적이며 정당하다. 정부와 병원이 수련 환경 정상화를 꾸며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이루어낼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수련 규칙 표준안을 개정했지만 이를 어겨도 감시할 독립 기구도 없고 처벌 조항조차 없다.

이는 사실 상 개정안을 알아서 지키라는 선언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병원들은 인건비 등을 이유로 현실 상 어렵다는 태도이고 기댈 곳 없는 전공의들은 이에 직접 행동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공의들의 수련 환경을 감시할 독립적 수련환경평가기구 개설 요구는 이미 정부 측과 합의에 이른 상태이며 제2차 의정협의서에 따르면 올해 5월에는 초안이 나왔어야 한다. 그러나 대한 병원협회의 참여 거부와 정부의 수동적 태도로 답보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들은 지금 암행어사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는 이번 설문조사에 응한 전공의가 실제로 쓴 말이다. 자기 병원에 암행어사라도 보내서 수련환경을 개선해 달라고 호소하는 전공의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은 누구인가.

2014년 11월 16일
대 한 전 공 의 협 의 회
대한공보의협의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6-1.jpg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협의회
(총 58개 병원, 지역별 가나다순)
(서울) 강북삼성병원, 건국대 서울병원, 경희의료원, 국립경찰병원, 국립중앙의료원, 국립재활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시립은평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의료원, 이대목동병원, 인제대 상계백병원, 인제대 서울백병원, 한양대의료원, 홍익병원
(경기) 김포우리병원, 동국대 일산병원, 명지병원, 아주대병원, 용인정신병원, 한림대 성심병원
(인천) 인천기독병원
(강원) 강릉아산병원, 강원대병원
(대전·충청) 건국대 충주병원, 건양대병원, 국립법무병원, 대전선병원, 청주하나병원, 충북대병원
(광주·전라) 국립나주병원, 광주보훈병원, 전북대병원, 전주예수병원, 정읍아산병원, 조선대병원
(대구·경북)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학병원, 대구의료원, 대구파티마병원, 선린병원
(부산·경남) 고신대 복음병원, 국립부곡병원, 김원묵기념봉생병원, 대동병원, 동아대의료원, 동의병원, 부산대병원, 부산메리놀병원, 부산보훈병원, 부산위생병원, 양산 부산대병원, 왈레스기념침례병원, 인제대 부산백병원,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좋은문화병원 좋은삼선병원
(제주) 제주한라병원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medicalworldnews.co.kr/news/view.php?idx=1416120661
기자프로필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4월 17일 세계혈우병의날]주요 제약사들 다양한 캠페인과 기부 등 진행
  •  기사 이미지 [5월 3일 병원계 이모저모②]고려대의료원, 전북대병원, 한국원자력의학원 등 소식
  •  기사 이미지 [4월 제약사 이모저모]한국MSD, 동아쏘시오홀딩스, 앱티스, 한미약품, 테라펙스 등 소식
분당서울대병원
아스트라제네카
국립암센터
분당제생병원
경희의료원배너
한림대학교의료원
대전선병원
서남병원
위드헬스케어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