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지난 10월 29일 ‘검체검사 수탁 인증관리위원회’를 열고 검체검사 위·수탁제도의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의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한신경외과의사회와 대한정형외과의사회도 4일 성명을 통해 강력 반발하며 제도 개편의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의료계 배제한 일방 결정 “정부 책임 물을 것”
복지부는 지난 7월 31일 1차 회의에서 검체검사 위·수탁제도 개선을 예고한 후, 위탁기관과의 협의 없이 수탁기관 중심으로 구성된 관리위원회에서만 논의를 진행했다는 주장이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검체검사료의 배분 방식과 비율을 정부가 직접 정하겠다는 것이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위탁검사 관리료 폐지와 보상체계 개편을 일방적이고 근거 없이 강행하겠다는 예고에 대해 사전 경고를 했음에도 정부가 귀담아 듣지 않았다”며 “앞으로 전개될 의료계 반발에 대해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제도 개선을 위해 2023년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 윤석준 교수팀에 외부 용역을 의뢰해 최종 보고서를 받았지만, 이번 발표 내용은 해당 보고서의 권고와 상반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 무시한 개편안 “10분의 1 보상은 책임 방기”
의사회는 개편안이 현장 실정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수탁기관의 검체검사는 검사의 질과 정도관리를 통해 수가를 차등 적용해 왔으며, 각 검사 수가에는 이미 환자에게 결과를 설명하고 책임지는 부분이 포함돼 있다는 설명이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이번 개편안은 의사가 책임지는 부분에 대한 수가를 10분의 1로 하고, 단순 검사 비용을 각 수탁기관에 따로 지급한다”며 “검사 결과 및 검체를 취급하는 위탁기관은 모든 책임은 지면서, 의원급 의료기관도 검체검사 장비와 시설을 모두 갖추라는 요구”라고 비판했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도 “복지부는 검사 질 저하와 환자 안전 위협 등을 이유로 분할 비율의 강제를 추진하고 있으나, 이는 환자 안전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오히려 이러한 제도 변경은 내과를 비롯한 필수의료기관의 운영을 위축시켜 결과적으로 환자 안전을 더욱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환자 불편 가중·의료 접근성 악화 초래
▲불필요한 진료 단계 증가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개편안이 시행될 경우 1차 의료기관에서 외부 검사를 시행하지 못하게 돼, 검사를 상급병원 등에 요청해야 하는 불필요한 단계만 늘어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환자 불편함이 배가되고 오히려 검사비 지출은 더 늘게 되며, 환자의 2·3차 의료기관 쏠림을 심화시켜 환자의 진료권과 치료권을 박탈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잘 작동되는 시스템 무너뜨려
의사회는 매년 30억 건 정도의 검체검사가 각 병원과 검체수탁기관에서 처리되고 있으며, 현재 시스템은 민간 업체와 각급 의료기관의 노력으로 필요한 곳에 적절하게 대처하게 잘 작동되고 있다고 밝혔다.
신경외과의사회와 정형외과의사회는 “이러한 암묵적 질서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리고 마치 공산주의 전제국가에서나 가능한 전체 질서를 무너뜨려 정부 편의적 조치를 강행한다면, 부작용과 문제점이 곳곳에서 드러날 것이 뻔하다”며 “이에 대한 모든 불편은 아프고 힘든 국민들이 감당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식 협의체 구성하고 현장 목소리 들어야”
대한신경외과의사회는 “개편이 시행될 경우 환자의 이중 결제, 개인정보 노출, 책임 소재의 혼선, 행정 시스템의 혼란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단순한 검사료 배분 문제가 필수의료 시스템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 의료 현실의 취약함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정부의 일방적인 검체수탁제도 획일적 개편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대한의사협회 및 1차 의료기관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식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두 의사회는 “복지부의 취지 및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어렵게 안정세를 찾아가던 의료계가 다시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복지부는 의료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제도의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려한 현실적이고 융통성 있는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