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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5병원 소속 A전공의 “소청과 의사를 포기하고 피부미용 일반의로 살아가겠습니다” - “의대 증원 정책은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붕괴를 막을 수 없습니다”
  • 기사등록 2024-02-21 13:00:03
  • 수정 2024-02-21 13:5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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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에 이어 의대생들의 동맹휴업, 전임의들의 의업 포기까지 이어지면서 의료대란이 현실화된 가운데 소아청소년과(이하 소청과) 한 전공의가 밝힌 사직서 제출이유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빅 5병원 소속 A전공의는 “이제 소청과 의사를 포기하고 피부미용 일반의로 살아가겠다.”라고 밝혔다.


이유는 이번 의대 증원 정책이 소청과를 비롯한 필수의료과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은 마련되지 않을 것 같고, 의사가 환자 목숨보다 자기 밥그릇을 중시한다는 비난들은 더는 견디기 괴롭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만 소청과 의사로 못다한 꿈은 의료봉사로 채워보겠다는 것이다.


◆“입원전담의 구하기도 어렵고, 정부의 지원도 없어”

전공의 수료를 앞둔 4년차로 두 아이의 엄마이고 현재 임신 중인 이 A전공의는 “타과를 지원하다가 떨어져서 소청과에 지원한 것도 아니고, 소청과가 3년제로 바뀌어서 지원한 것도 아니다. 소청과 의사가 되고 싶어서 선택했고, 3년 5개월 동안 전공의 생활을 누구보다 성실하게 해왔으며 작년 보릿고개 전부터 소청과 의국장을 자원하여 일하고 있었고,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소청과 의사를 선택하겠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해왔다.”라며, “전공의 생활은 누구에게나 힘들지만, 저와 제 가족에게는 정말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회사원인 제 신랑은 저 때문에 회사 진급을 포기하고, 2년 동안 육아휴직을 감내했고, 신랑의 복직 후에는 양가 부모님들의 헌신으로 하루하루를 버텨왔다.”라고 설명했다.


병원에서는 소청과가 돈을 벌어오지 못하는 과이므로 지원을 해주지 않아 입원전담의를 구하기도 어렵고, 정부의 지원도 없어 교수와 강사들이 전공의의 빈 자리를 메꾸며 이제는 정말 모두가 지쳐가고 있다는 것이다.


◆의대 증원에도 소청과 붕괴 막을 수 없는 대표적 이유

이러한 필수 의료 붕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정부는 필수의료 패키지와 의대 증원 2,000명이라는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500명을 하든, 2,000명을 하든 의대 증원 정책은 소아청소년과의 붕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이유는 ▲소청과는 인력부족이 극심하기 때문에 임산부 전공의도 정규 근무는 당연하고, 임신 12주차전, 분만 직전 12주전을 제외하고는 기존 당직 근무를 그대로 한다는 점, ▲최고년차는 당직도 일반 병동이 아닌 중환자실 당직만 선다는 점, ▲태교는 커녕 잠도 못 자고 컵라면도 제때 못 먹는다는 점, ▲전공의는 교대근무가 아니므로 당직이 끝나는 7am부터 정규 근무를 바로 시작한다는 점, ▲아파도 ‘병가’는 꿈도 못 꾸고 수액 달고 폴대를 끌어가며 근무에 임해왔다는 점 등이다.


A전공의는 “지난달 당직 시간 응급실에서 심정지가 온 환아를 50분동안 심폐소생술한 적이 있는데 가슴 압박을 하면서 내 뱃속 아기가 유산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엄마이기 전에 나는 의사니까 지금은 처치에 집중하자고 다짐하며 임했다. 다행히 환아가 살아난 후 오랜 처치가 끝나고 당직실로 들어가서는 뱃속의 아기에게 엄마로서 죄책감이 들어 몇 시간을 울었고, 걱정할까봐 가족들에겐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다.”라며, “매년 5,000명의 의사를 배출한 들 그중에 한명이라도 저처럼 살고 싶은 의사가 있을까요? N수가 많아지면 소청과를 지원할 의사도 정말 많아질까요?”라고 반문했다.


이대로 간다면 소청과는 10년도 버티기 힘들다는 것이다.


◆“대학병원 교수도 되기 싫다”

“전공의 기간만 버텨내면 이후에 돈 많이 벌 텐데 왜 힘들다라고 하지?”라고 할수도 있지만 다른 이야기라는 것이다.

소청과 교수의 삶은 타과 교수들의 삶과는 너무 달라 보인다는 것이다.


A전공의는 “그래서 대학병원 교수도 되고 싶지 않다. 로컬에 나간 선배님들 중 많은 분들이 소아환자진료가 아닌 피부미용을 하고 있다고 한다. 돈 못 버는 호구 소리 들어도 힘든 현실에서도 그만두지 않고 소청과 트레이닝을 지속했던 것에는 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제껏 제 앞에서 떠난 아이들의 마지막 눈빛 때문이었다.”라며, “엄마들도 보지 못한 아이들의 last normal 모습 그리고 그 아이들의 마지막 말들은 제 평생 잊을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소청과를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그들에 대한 미안함과 책임감이 제 마음 속 무겁게 자리해 꼭 제대로 된 실력 있는 소아과 의사가 되어야 된다고 오뚜기처럼 저를 세워 왔지만 이제는 사직서를 제출하고자 한다. 파업을 위한 사직이 아니고 정말 ‘개인사직’을 위한 사직서이다.”라며, “이번 파업을 하더라도 의대 증원수만 줄어들지 소청과를 포함해 무너지고 있는 필수의료과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은 마련되지 않을 것 같고, 의사가 환자 목숨보다 자기 밥그릇을 중시한다는 비난들은 더는 견디기 괴롭다. 소청과 의사의 밥그릇에 뭐가 담겨 있나요? 소청과를 같이 하자고 후배들에게 더 이상 권할 수도 없다. 몇 개월만 수료하면 끝이라 속상하지만 이런 현실이라면 저는 소청과 전문의 면허가 있더라도 소아환자진료를 보며 살아갈 수 없을 것 같다. 의사 집안도 아니고 모아둔 돈도 없고 이제는 세 아이의 엄마로서 생계 유지도 필요하고, 아이들을 돌볼 시간도 필요하다. 엄마를 포기할 수는 없으니 소청과 의사를 포기하고 피부미용 일반의를 하며 살아가야겠다.”라고 덧붙였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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