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제내성결핵으로 치료를 위해 국공립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이 병원 밖 약국에서 치료에 필요한 약을 구매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양승조의원(국회 보건복지위)이 시립성북병원과 국립마산병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확인한 결과, 시립성북병원은 6명, 국립마산병원은 17명의 입원환자가 원외처방전을 받아 병원 밖 약국에서 치료에 필요한 약을 구매해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입원환자들이 병원 밖 약국에서 구매해야 했던 약은 다제내성치료에 쓰이는 신약으로 올 해 5월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성북병원과 마산병원은 연초에 구입을 하지 않은 약은 연중에 새로 구입할 수 없는 예산원칙 때문에 5월부터 급여가 된 신약을 구매할 수 없었고, 결국 신약으로 치료를 받아야만 하는 입원환자들에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승인을 받아 원외 처방전을 발행하는 편법을 동원한 것이다.
건강보험은 입원환자에게 발행된 원외처방은 약값 전액을 본인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내년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는 국립결핵병원인 마산병원과 목포병원에 필요한 신약 구입비용을 배정해 달라고 기획재정부에 요구했는데, 배정요구액이 마산병원은 15명, 목포병원은 10명만이 치료할 수 있는 금액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마산병원과 목포병원의 다제내성결핵 진료인원은 289명이었다.
이런 일이 일어난 원인은 승인받은 범위 안에서 지출을 해야 하는 국공립병원 회계기준 때문이다.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되는 약은 사용한 약값을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해서 받아 도매상이나 제약회사에 결제하면 되기 때문에 일반 병원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국공립병원도 국고가 더 들지도 않고 비용부담도 없는 것이지만, 예산 원칙 때문에 약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양승조 의원은 “매년 3만 5,000여 명의 결핵환자가 새로 발생하고 2,200명 이상이 결핵 때문에 사망하고 있는데, 실제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회계기준 때문에 국립병원에서 입원환자에게 약을 쓰지 못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다”며 “국공립병원 회계원칙의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