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응급의학의사회(이하 의사회)가 보건복지부의 ‘응급의료체계혁신 시범사업’ 전국 확대 계획에 대해 강력 반대하고 나섰다.
의사회는 실질적 인프라 개선과 현장 동의 없이 추진되는 탁상행정식 확대라며, 시범사업 원시데이터(Raw Data) 전체 공개와 의료계 참여 공개토론회의 즉각 개최를 촉구했다.
◆“환자 없고 조직 욕심만 가득…말장난에 불과한 시범사업”
의사회는 보건복지부가 호남지역에서 실시한 시범사업을 두고 “기존의 지역별 지침을 강화한다는 것 외에는 실질적으로 아무런 내용도 없는 말장난에 불과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의사회는 시범사업 추진의 배경에 대해서도 복지부가 보건의료 전문 부처로서의 주체적 판단이 아닌 상부의 일방적인 하향식 지시에 밀려 계획도 예산도 없이 강행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특히 응급이송체계 개선 논의 초기부터 보건복지부와 소방청 간 밥그릇 싸움과 조직 갈등만 노출됐다고 비판했다.
의사회의 분석에 따르면, 복지부가 진정으로 원했던 목적은 산하 조직인 ‘광역상황실’이 현장 문제를 통제·정리하는 착시효과를 통해 관련 조직의 권한을 비대화하고 확대·신설하려는 관료적 욕심이었다는 것이다.
소방청 역시 사전 연락 없이 환자를 응급실에 이송하는 데만 관심을 가졌을 뿐, 그 이후 발생하는 현장 혼란과 위험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3개월 시범사업 기간 중 현장 실질 개선 ‘전무’
의사회는 3개월간의 시범사업 기간 동안 응급의료 현장에서 실질적인 긍정적 변화는 단 하나도 없었다고 단언했다.
▲“현장 부담만 가중”
응급실 수용곤란의 본질인 배후 진료 인력 확충이나 의료 전달 체계 정상화는 외면한 채 지역 이송지침만 강요해 현장 부담을 가중시켰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의사회는 “정부가 자랑하는 일부 성과라는 것도 실상은 개별 병원과 현장 의료진의 피눈물 나는 노력과 희생으로 버텨낸 결과”라며, “이를 시범사업 성공으로 포장해 전국에 접목하겠다는 것은 지속 불가능한 환상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6대 핵심 질의로 정책당국에 공개 답변 요구
의사회는 ‘현장의 전문가로서 양심을 건 6대 질문’을 통해 정책당국의 책임 있는 답변도 강력히 요구했다.
구체적인 질문 내용은 ①시범사업의 궁극적 목표 및 ‘이송곤란’의 정의, ②3개월간 발생한 중증 환자(KTAS 1·2) 1만 건의 119 이송 중 복지부 광역상황실이 실제 개입·평가한 건수, ③비전문가·비의료인 위주의 ‘의료혁신위원회’ 평가만으로 성공을 선언하는 것의 타당성, ④기존 시스템에도 존재하던 지침 강화 및 광역상황실 개입의 ‘혁신성’ 여부, ⑤광주·전남·전북 지역에서의 실질적 지원 내용 및 효과, ⑥이 같은 시범사업으로 응급실 수용곤란이 해결될 것이라 진심으로 믿는지 등이다.
◆“전국 확대 연기하고 시범사업 데이터 즉각 공개하라”
의사회는 정부가 호남 시범사업에 대한 객관적인 최종 평가도 나오기 전에 이미 확대 계획을 수립해 놓고 의료혁신위원회를 거수기로 삼아 강행하려 한다고 규탄했다.
또한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짓밟고 ‘참여 거부 자체를 선택할 수 없게’ 제도를 바꿔버린 전례까지 지적했다.
의사회는 ▲무모한 전국 확대 연기 및 시범사업 결과 데이터 전체의 투명한 공개 ▲의료계가 동등하게 참여하는 공개토론회와 간담회 즉각 개최 ▲수용곤란의 명확한 정의와 구체적 감축 로드맵 및 목표 제시를 정부에 강력히 요구했다.
아울러 보건복지부와 중앙응급의료센터가 보건의료 정책 컨트롤타워로서의 자존심과 전문성을 되찾아 상부의 부당한 지시를 거절하고 진정한 응급의료 개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의사회는 성명에서 “진정으로 응급의료 체계의 개선과 발전을 원한다면 먼저 현장의 전문의들과 함께 제대로 된 목표와 방법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이번 전국 확대 시도가 보건복지부 광역상황실의 영향력 확대와 선거를 앞둔 관료들의 치적 쌓기에 불과하다고 확신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