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의료급여 외래 본인부담을 현행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시민단체와 수급 당사자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했다.
복지부는 10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시민단체와 간담회를 개최해 제도개선 방안을 설명했지만 참석자들은 개편안 철회를 요구했다.
◆ 18년간 동결된 본인부담금, 정률제로 전환
현재 의료급여 1종 수급자는 외래 이용 시 의원급 1,000원, 병원급 1,500원, 상급종합병원 2,000원의 정액 본인부담금을 내고 있다. 이는 2007년 도입 이후 18년간 동결된 금액이다.
정부는 이를 진료비에 연계한 정률제로 개편해 의원급 4%, 병원급 6%, 상급종합병원 8%로 변경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복지부는 “의원급 4%는 본인부담이 처음 도입된 2007년도 실질부담 수준”이라며 “현재 건강보험 본인부담의 약 13%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외래 연 365회를 초과하는 극과다 이용자에게는 본인부담률 30%를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중증장애인과 산정특례 대상자, 아동 등은 제외된다.

◆ 규제 폐지와 보완 대책 동시 추진
정부는 본인부담 개편과 함께 기존 규제를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의료급여 지급 일수 상한을 초과할 때 필요한 연장승인과 선택의료급여기관 제도를 없애 수급자의 의료이용 불편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필요한 의료 이용에 제한이 없도록 여러 보완 대책을 마련했다.
▲ 건강생활유지비 2배 인상 외
건강생활유지비를 현재 월 6,000원에서 1만 2,000원으로 2배 인상하고, 병원 1회 방문 시 본인부담금 최대 2만원, 약국 최대 5,000원으로 상한을 설정했다.
외래·입원·약국을 합산한 월 의료비는 최대 5만원을 넘지 않도록 했다.
중증질환자와 희귀질환자, 임산부, 18세 미만 등 건강취약계층 약 24만명에 대한 본인부담 면제도 현행대로 유지된다.
추가로 중증치매·조현병 등 건강 취약계층 10만명에 대한 본인부담 면제도 확대할 예정이다.
▲ 건강지원 업무 확대와 사각지대 해소
복지부는 규제 폐지를 계기로 의료급여관리사 676명의 건강지원 업무를 확대하기로 했다.
병원 이용 외에도 수급자가 일상에서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복약 지원, 건강관리 능력 향상, 사회적 유대감 형성 등을 지원한다.
갈 곳이 없어 병원에 오래 입원하고 있는 수급자에게는 재가의료급여 사업을 내실화해 지역사회 정착을 돕는다.
또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대폭 완화하여 의료보장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건강보험과 차이가 있는 의료보상을 단계적으로 건보 수준으로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 시민단체 “의료접근성 저하 우려” 철회 요구
이날 간담회에서 시민단체와 의료급여 수급 당사자들은 외래 본인부담 정률제 개편안에 대한 철회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은 “정률제 변경 시 수급자 의료비 부담이 증가하여 의료접근성 및 건강권 저하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제시된 보완대책은 대안이 되지 못한다”며, 근본적인 해법으로 의료기관 통제 강화와 의료급여 보장성 확대 및 사각지대 해결을 촉구했다.
◆ 지속가능성 확보 vs 취약계층 보호 딜레마
정부가 제도개편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의료급여 지출 급증에 따른 지속가능성 우려가 있다.
최근 3년간 의료급여 급여비 지출은 연평균 6,800억원씩 증가했으며, 2034년에는 2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급여 예산은 2007년 4조 1,000억원에서 2024년 11조 6,000억원으로 약 3배 증가했다. 수급자 1명당 연간 1,311만원이 지급되는 셈이다.
복지부는 “의료급여는 수급자 전체 의료비의 91.3%를 지원하며 50여년간 취약계층의 중요한 의료안전망 역할을 했다”며 “의료비 지원에만 집중하고 수급자 건강상태 향상과 질병예방 등 정책적 지원은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이스란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의 책임은 제도를 설계하는 것뿐 아니라 국민 한 분 한 분의 목소리를 듣는 것까지 포함된다”며 “제도의 지속가능성과 취약계층 의료보장 확대를 균형있게 고려한 정책을 함께 논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의료급여법 시행령 입법예고는 6월 5일부터 7월 15일까지 진행된다.
복지부는 “간담회에서 제시된 사례와 의견에 대해 꼼꼼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메디컬월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