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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문제, 비만세 대신 비가격정책으로 해결해야 - 김선택 납세자연맹,‘설탕세’‘비만세’ 신설➜ 저소득층 가처분소득 더 …
  • 기사등록 2016-07-14 10:54:03
  • 수정 2016-07-14 10:5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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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설탕세’나 ‘비만세’ 등 이른 바 ‘죄악세(Sin Tax)’를 신설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건강수준이 낮은 저소득층에게 저질의 싸구려 음식을 더 많이 섭취하게 하는 최악의 정책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재화의 가격에 포함돼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간접 부과되는 간접세 방식으로 ‘설탕세’나 ‘비만세’를 부과하면, 저소득층의 가처분소득이 더 낮아져 이들의 건강개선은 실패하는 반면 소득불평등만 더 악화시킨다는 주장이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간하는 계간지 <국회입법조사처보 2016년 여름호>에  기고한 칼럼에서 “조세부담에 따른 가처분소득 감소효과는 저소득층이 더 크기 때문에 ‘죄악세’ 신설은 저소득층의 건강을 오히려 악화시킨다”면서 이 같이 주장했다.

또 “좋은 먹거리를 싸게 사 먹을 수 없는 한국에서 정부가 ‘설탕세’나 ‘비만세’를 부과하는 것은 싸게 좋은 먹거리가 많은 유럽 국가들보다 ‘정책실패’의 강도가 훨씬 셀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회장은 특히 근로가능인구의 세전 소득과 세후(가처분)소득을 비교한 결과 세금을 걷은 후 불평등도가 더 심해진 최근 국책연구소의 연구결과를 인용 “한국처럼 높은 임금격차, 낮은 고용률, 높은 근로소득 불평등도에서는 복지정책을 시행할수록 불평등이 악화된다”며 “소득역진성을 더욱 심화시키는 간접세 인상 시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비만세는 역대 정책 중 가장 경멸스러운 것 중 하나로, 이제 다른 방법으로 공공보건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는 메테 게흐스코프(Mette Gjerskov) 덴마크 식품장관의 말을 인용 “대부분의 선진국들도 비만세 시행 뒤 물가상승과 실질임금 감소, 이웃 나라 쇼핑 등의 문제로 실험에서 실패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한국의 조세와 복지제도는 소득불평등을 거의 개선하지 못하며 근로계층만 보면 심지어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데, 가뜩이나 높은 비중의 간접세를 더 부과하면 소득불평등은 더욱 악화된다”며 “비만세 같은 역진적 세금정책 말고 건강한 먹거리를 싸게 공급하는 산업정책이 낫다”고 제안했다.

다음은 김 회장의 칼럼 전문이다.

비만문제, 세금 대신 비가격정책으로 해결해야

5월초 “1주일동안 200㎖ 탄산음료 5잔 이상을 마시면 전혀 마시지 않은 그룹에 비해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크게 높다”는 직업환경의학전문가의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5월 현재까지 정부가 탄산음료에 ‘설탕세(Sugar tax)’를 신설하겠다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런 연구결과를 알려 ‘설탕세’ 신설 여론을 조성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은 충분히 가능하다.

사실 정부가 비만 유발 식음료에 세금이나 부담금을 부과하려는 시도는 이미 10년 전부터 시작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05년 ‘국가비만대책위원회’를 통해, 2011년에는 보건의료미래위원회를 통해 각각 ‘부실음식(junk food)’에 건강증진부담금 부과를 제안했지만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2013년 당시 새누리당도 ‘부실음식’ 수입, 유통, 판매자에게 부담금을 부과·징수하자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의원입법으로 발의했지만 19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럽연합(EU), 세계보건기구(WHO), 유엔(UN) 등 국제기구들은 각국 정부의 ‘설탕세’, 나아가 ‘비만세’ 공조를 모색해왔다. 2011년 UN은 한 보고서에서 “과일과 채식 보조예산 조달과 건강다이어트를 위한 교육 캠페인을 위해 각국이 소다수 등 청량음료와 지방과다식품, 중성지방 함유 식품, 소디움, 설탕 등에 소비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2012년 WHO는 각국이 경제력에 맞게 최소 0.1~0.5(미국)달러를 특정 소비세로 부과하자는 구체적인 제안까지 내놨다. WHO는 이듬해 모스크바 회동에서도 “국경을 초월해 청량음료와 담배, 술에 대해 국가별 소비세를 인상하자”고 공감대를 이뤘다. 2014년 UN은 “공공안전을 위협하는 식품음료에 징벌적 조세를 부과하자”고 거듭 제안했다.

영국정부는 지난 3월 중순 탄산음료 등 설탕이 들어간 음료에 물리는 ‘설탕세’를 반영한 2017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미국 22개 주와 노르웨이, 프랑스, 호주. 핀란드, 헝가리, 멕시코가 이미 ‘설탕세’를 시행중이며, 스웨덴과 벨기에, 루마니아가 ‘설탕세’ 부과를 검토 중이다.

한국 보건의료학계는 국제기구들과 한국 정부의 ‘비만세’ 과세논리를 뒷받침해주기 위해 지난 2010년 기준 비만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진료비 2조1000억 원을 포함해 약 20조원으로 추산했다. 건보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은 지난 1월4일 비만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6조7695억 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국제기구들은 “비만을 유발하는 설탕음료에 세금을 부과하면 제품가격이 올라 소비가 줄면, 비만과 당뇨병, 기타 질병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정부가 외부불경제(external diseconomy)를 야기한 경제주체에게 ‘피구세(Pigouvian tax)’를 물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이다.

그럼 국제사회의 이런 의제설정이 검증된 성공사례가 있을까. 안타깝게도 실패사례만 즐비하다.

덴마크는 지난 2011년 11월부터 포화지방이 2.3% 이상 포함된 제품에 대해 킬로그램 당 16크로네(5월 현재 한화로 약 2851원)의 ‘비만세’를 징수했다. 또 같은 맥락에서 2013년 1월부터 ‘설탕세’도 새로 부과하기로 했다. ‘비만세’ 시행직후 한 유제품 회사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1정도가 줄었는데, 이는 ‘비만세’ 부과로 값이 오를 것을 예상한 사람들이 미리 사재기를 해뒀기 때문이었다. ‘비만세’ 시행으로 물가가 4.7% 증가한 효과가 발생하자 실질임금이 0.8% 감소, 불만의 목소리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2013년 1월 ‘설탕세’ 신설 기대효과도 겹쳐 물가상승과 소비감소가 예고, 기업들의 70%가 고용을 줄일 채비를 하고 있었다. 소매점들은 고객들이 값이 싼 스웨덴이나 독일로 가서 구매하고 있다고 불평했다. 덴마크 상공회의소와 식품기업노동조합이 ‘비만세’ 폐지 신문광고를 내는 등 한목소리로 반대하자 여론은 급속히 돌아섰다. 결국 덴마크 정부는 시행 1년만인 2012년 11월 폐지 결정을 내렸고, ‘설탕세’ 도입계획도 전격 취소했다. 메테 게흐스코프(Mette Gjerskov) 덴마크 식품장관은 “비만세는 역대 정책 중 가장 경멸스러운 것 중 하나로, 이제 다른 방법으로 공공보건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시도 탄산음료세 과세에 실패한 정부 중 하나다. 일정 기준 이상의 설탕이 함유된 비알콜 및 가당음료만 과세대상이었다. 덴마크에서도 있었지만, 처음부터 “설탕만 비만을 유발하냐?”는 논란이 뜨거웠다. 우유가 50% 이상 들었거나 우유대체첨가물 제품은 제외, 맥도날드의 맥카페 초콜릿쉐이크(700칼로리)와 스타벅스의 더블초콜릿칩 프라푸치노(410칼로리), 일반 마카리타(500칼로리 이상) 등은 비만을 유발하는 초고칼로리 음료지만 탄산음료세는 내지 않았다.
 
게다가 소매점이나 편의점, 와인제조장 등은 몰래 탄산음료를 팔아 과세를 회피할 수 있었다. 음료를 무한 제공하는 즉석식품점에서 탄산음료세를 제대로 과세하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대법원 송사까지 간 뉴욕시 ‘탄산음료세’는 실패했다.

우리는 덴마크와 미국 뉴욕시의 설탕세 부과 실패 사례에서 무엇을 살피고 배울 것인가.

먼저 재화의 가격에 포함돼 소득 수준과는 직접 상관없이 간접 부과되는 ‘설탕세’나 ‘비만세’가 저소득층의 건강형평성을 개선할 적절한 정책수단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누구나 인정하듯, 건강유해식품에 대한 접근성은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이 훨씬 높다. 따라서 ‘설탕세’나 ‘비만세’는 주로 저소득층이 부담, 조세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더욱 낮춘다.

저소득층 소득 1 단위의 기회비용은 고소득자보다 훨씬 크다. 당연히 소득 중 식료품 지출을 나타내는 엥겔계수가 저소득층이 높다. 이 때문에 조세 부담에 따른 저소득층의 실제 가처분소득 감소효과는 더 크다. 게다가 고소득자든 저소득자든 먹지 않고 생존할 수 없기에 가처분소득 저하로 구매력이 크게 낮아진 저소득자는 다시 싸구려 다른 부실식품을 섭취할 수밖에 없다. 결국 ‘설탕세’나 ‘비만세’는 저소득층의 건강형평성을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킨다.

두 번째, 좋은 먹거리를 싸게 사 먹을 수 없는 한국에서 정부가 ‘설탕세’나 ‘비만세’를 부과하는 것은 좋은 농산물 가격이 싼 유럽 국가들보다 ‘정책실패’의 강도가 훨씬 셀 것이다.

전 세계 주요도시 생활물가정보 공유사이트인 엑스페이티스탄(www.expatistan.com)에 따르면, 한국 수도 서울은 세계에서 사과 값이 가장 비싸다. 감자 값은 세계에서 5번째로 비싼 도시다.

‘설탕세’까지 부담해 지갑이 더 얇아진 저소득층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사과를 사 먹을 여력이 남아 있을까. 건강형평성을 개선하겠다는 ‘설탕세’가 저소득층의 ‘좋은 먹거리 접근성’을 더 악화시키는 것이다. 저소득층은 결국 ‘설탕세’ 부과로 값이 더 오른 부실식품 이외에는 사 먹을 게 없다. 아니면 그 나마도 덜 먹어야 한다. 이래도 저소득층의 건강형평성이 개선된다고 억지 주장을 펼 수 있는가?

‘죄악세(Sin Tax)’ 대상 식음료, 기호품은 대부분 수요가 비탄력적이고 저소득층이 많이 소비한다. 각종 ‘비만세’를 부과해도 전혀 비만이 개선되지 않았다. ‘탄산음료세’를 부과하고 있는 미국의 웨스트버지니아 주(州)와 알칸소 주는 미국에서 가장 비만율이 높다는 사실은 놀랍지도, 새롭지도 않다.

비만의 심각성은 소득불평등의 심각성과 그 뿌리가 같다. 한국은 지하경제비율이 국내총생산(GDP)의 24~30% 수준으로 높다. 누가 얼마나 버는지 파악을 못하니 소득세나 법인세 등 직접세 대신 간접세에 크게 의존한다. 한국의 국세 중 간접세 비중은 지난 2012년 기준 49.7%로 높다. 간접세 중에서도 ‘담배세’와 ‘맥주세’, 카지노세, 유류세 등 이른 바 ‘죄악세(Sin Tax)’비중은 소득세 전체 세수와 맞먹는다.

게다가 한국의 조세와 복지제도는 소득불평등을 거의 개선하지 못하며, 근로계층만 보면 심지어 불평등을 악화시킨다. 보건사회연구원이 15살 이상의 근로가능인구만을 대상으로 시장소득 기준 지니계수와 가처분소득의 지니계수를 비교해보니 시장소득 빈곤율(10%)보다 가처분소득 빈곤율(10.9%)이 더 높게 나온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소득불평등과 성장-조세와 이전지출의 역할, 2012)도 “한국은 복지(이전)지출 대부분이 누진율이 아닌 비례적 간접세와 건강보험료, 기준소득 최고한도를 둔 국민연금 보험료 등으로 징수한 재원에서 지출되므로 소득재분배 효과가 아주 미미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뜩이나 임금격차가 크고 고용률은 낮아 근로소득 불평등 정도가 높은데 세금을 걷고 복지정책을 시행할수록 불평등이 악화되는 나라에서 소득역진성을 더욱 심화시키는 간접세를 더 올리려는 시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요컨대 “저소득층의 복지를 강화하겠다”면서 소득이 악화일로인 저소득층에게 세금을 더 걷는 행위는 어리석음을 넘어 무책임한 것이다.

미국의 영부인 미셸 오바마는 백악관 뜰 일부를 텃밭으로 꾸며 직접 채소와 과일 등 좋은 먹거리를 재배해 먹는 자신의 실제 사례를 소개한 책 <미국에서 기른(American Grown)>을 통해 건강형평성이 어떻게 개선될 수 있는 지 보여준다.

국가가 비만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턱대고 세금부터 걷으려 하지 말고 비만을 야기하는 환경,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소득불평등과 싸고 좋은 먹거리 제공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비만세와 같은 역진적 세금정책 말고 건강한 먹거리를 정부가 제공하고, 경고 문구, 음식물 20분 씹기 등 캠페인성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게 효과가 크다. 탄산음료세 도입에 실패한 뉴욕시의 경우 ‘식품조달법’을 제정해 지역 식재료와 친환경 먹거리 구입을 장려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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