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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삼성병원, 피살 정신건강의학과 임세원 교수 SNS 계정에 올린 글 ‘눈물’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애도성명, 대한의사협회 입장 발표
  • 기사등록 2019-01-02 00: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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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응급실에서 본 환자들의 이야기를 글로 쓰신 선생님이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긴박감과 피냄새의 생생함 그리고 참혹함이 주된 느낌이였으나 사실 참혹함이라면 정신과도 만만치 않다. 각자 다른 이유로 자신의 삶의 가장 힘겨운 밑바닥에 처한 사람들이 한가득 입원해 있는 곳이 정신과 입원실이다.

고통은 주관적 경험이기에 모두가 가장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보다 객관적 상황에 처해 있는 관찰자 입장에서는 그중에서도 정말 너무 너무 어려운, 그 분의 삶의 경험을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참혹함이 느껴지는, 도저히 사실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는 도대체 왜 이 분이 다른 의사들도 많은데 하필 내게 오셨는지 원망스러워지기 도 한다. 하지만 '이것이 나의 일이다'라고 스스로 되뇌이면서 그 분들과 힘겨운 치유의 여정을 함께 한다. 이렇게 유달리 기억에 남는 환자들은 퇴원하실때 내게 편지를 전하고 가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20년 동안 받은 편지들을 꼬박꼬박 모아 놓은 작은 상자가 어느새 가득 찼다. 

그 분들은 내게 다시 살아갈 수 있는 도움을 받았다고 고마워하시고 나또한 그 분들에게서 삶을 다시 배운다. 그리고 그 경험은 나의 전공의 선생님들에게 전수되어 더 많은 환자들의 삶을 돕게 될 것이다. 모두 부디 잘 지내시길 기원한다. 

이번 주말엔 조금 더 큰, 좀 더 예쁜 상자를 사야겠다.“


이 글은 지난 2018년 12월 31일 강북삼성병원에서 피살된 정신건강의학과 임세원 교수가 피살되기 보름 전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린 글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사장 권준수, 이하 대신정)는 “과연 예쁜 상자를 샀는지 모르겠습니다. 고인으로 인해 새로운 삶을 찾을 수도 있었던 여러 환자분들의 편지는 갈 곳을 잃었습니다”라며 애도성명을 발표했다. 


대신정은 성명을 통해 “2018년 마지막 날 저녁에 날아온 청천벽력과 같은 비보에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모든 회원은 애통하고 비통한 감정과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다. 우리가 이러할 진데 남편과 아버지를 잃은 유족들의 심경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또한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해 왔던 동료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또한 고인이 돌보던 환자분들이 받을 심적 충격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크나 큰 슬픔에 잠겨있을 유족, 동료들과 그 고통을 함께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임세원 교수는 그의 저서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에서 자신이 통증으로 인한 우울증의 고통을 경험한 치유자로, 본인에게는 한없이 엄격하면서 질환으로 고통받는 많은 이들을 돌보고 치료하고, 그들의 회복을 함께 기뻐했던 훌륭한 의사이자 치유자였다. 

또 직장정신건강영역의 개척자였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국형 표준자살예방프로그램 ‘보고 듣고 말하기’의 개발책임자로 우리나라의 자살예방을 위해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던 우리 사회의 리더였다. 


대신정은 “다시 한 번 고인과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를 드리는 바이며 별도의 추모과정을 통해 고인을 뜻을 애도하고 기억하는데 마땅한 일을 하겠다”며, “진료현장은 질병의 고통과 슬픔을 극복하는 아름다움이 넘치는 희망의 공간이어야 한다. 그러나 재발과 회복의 반복을 일선에서 맞닥뜨려야 하는 치료현장은 결코 안락한 곳은 아니다. 의사에게 안전한 치료환경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환자에겐 지속적 치료를 제공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정신보건의료 제도 하에서 이러한 사고의 위험은 온전히 정신과 의사와 치료 팀의 스텝들이 감내해야 하는 것으로 남아 있다. 이 일은 정신과 환자를 위해 일하는 모든 이들이 겪을 수도 있는 비극이었다. 대신정은 이러한 문제와 그 해결책에 대한 섣부른 논의를 지양하고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완전하고도 안전한 치료 시스템 마련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도 갑작스러운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임세원 회원의 명복을 빌면서 ▲이번 사건은 예고된 비극이라는 점, ▲의사와 환자 사이의 갈등과 폭력을 흥미위주로 각색하거나 희화화하여 시청자로 하여금 의료기관 내 폭력을 정당화하거나 동조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방송 행태에 대한 문제, ▲이번 사건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막연한 오해나 사회적 편견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 대한 입장을 강조했다. 

이외에 의료계 및 네티즌들은 임세원 교수를 추모하며,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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