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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고혈압학회도 가이드라인 독자노선 채택…춘추전국시대 개막 - 초기 병합치료 전략 선택, 권장 혈압 하한치 변화, 3제 복합제 권유 등
  • 기사등록 2018-06-11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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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고혈압학회도 독자적인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채택, 발표했다. 

지난 2017년 미국심장학회/미국고혈압학회에서 고혈압 진단 기준을 130/80mmHg으로 제시해 큰 충격을 주었기 때문에 이번 발표에도 높은 관심이 모아져 있었다. 


대한고혈압학회(이사장 조명찬,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교수) 손일석(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 홍보이사는 “지난 6월 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되고 있는 유럽고혈압학회에서 2013년 이후 5년 만에 이같은 내용의 새로운 유럽심장학회/유럽고혈압학회 가이드라인이 발표됐다”고 밝혔다. 


또 “이번 가이드라인 발표에서 가장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부분은 과연 고혈압의 정의를 어떻게 내릴까였는데 유럽고혈압학회의 선택은 이전 2013년 가이드라인과 같은 정의와 분류 유지였다”며, “목표혈압은 미국, 한국과 비슷한 개념으로 보다 적극적인 치료를 하자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고혈압 환자의 1차 치료(First line)부터 병합제 사용 권유라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해 관심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반응이다.

이와 함께 이번 유럽심장학회/유럽고혈압학회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고혈압 환자 초기 약제 치료…단일복합제 사용 권유+권장 혈압 하한치 120/70mmHg 

최근 고혈압 관리에서 최대 과제는 2000년 초중반까지 꾸준히 향상되던 고혈압 조절률이 2000년대 후반 이후 정체상태라는 점이다.

1990년대부터 2000년 초중반까지 고혈압 조절률이 급격히 향상된 것에는 Amlodipine으로 대표되는 non-hydropyridine 칼슘 길항제와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 등장이 큰 역할을 했다.


대한고혈압학회 이해영(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학술이사는 “문제는 지난 2000년 중반 이후 심혈관 사건 발생에 수년이 걸리는 고혈압의 특성과 어울리지 않게 약제 허가 요건으로 장기 효과를 증명해야 하는 강화된 기준이 적용되고, 기존 약제로 충분하다는 치료적 타성(Therapeutic inertia)이 결합되어 Aliskiren, renal denervation, 가장 최근의 Entresto 등이 충분한 탐구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고혈압약제로서의 개발이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혈압을 160mmHg에서 143mmHg까지 낮추는데에 모두 공감하고 새로운 약제 개발과 치료 현장에서 약제 추가가 이루어졌지만, 혈압이 143mmHg라면 현행 모든 가이드라인에서도 새로운 약제 추가가 추천됐다.


하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운동하세요”, “싱겁게 드세요” 등 성취 가능성 낮은 이야기만 할 뿐 약제 치료가 강화되지 않고 있는 것이 큰 문제였다는 것이다.


이런 의사의 치료적 타성(Therapeutic inertia)을 깨기 위한 방안으로 미국심장학회/미국고혈압학회가 선택한 방향은 고혈압의 정의를 낮추어 주위를 환기시키는 것이었고, 유럽가이드라인에서는 초기 치료로 병합제 사용을 권유하는 것이었다는 분석이다.


이해영 학술이사는 “개개인 환자에서는 143mmHg를 140mmHg 이하로 확실히 낮추는 것의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역학 연구 결과는 사회 전체의 고혈압 조절이 5mmHg 더 이루어지면 뇌졸중 발생률을 14% 낮추고 심혈관 사건의 발생을 9% 더 낮추는 공공보건학적 효과를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과거 가이드라인에서도 고위험 고혈압 환자에서 초기부터 병합 치료로 시작할 수 있음이 권유됐다.

하지만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저위험군 1기 고혈압 환자는 80세 이상의 고령자에서만 초기 단일제로 치료를 시작하고, 나머지 모든 고혈압 환자에서 레닌안지오텐신계차단제에 칼슘길항제 혹은 이뇨제가 결합된 단일 복합제로 치료를 시작하기를 권유한 것이다.


이해영 학술이사는 “이는 이론적으로는 단일 약제로 시작하여 효과를 평가하고 추가 강압이 필요한 경우 약제를 추가하는 것이 타당한 것 같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50% 이상의 고혈압 환자가 140 mmHg 이하라는 통상적인 치료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고, 혈압이 143mmHg에서 더 이상 낮아지지 않아도 두 번째 약제가 추가되는 경우가 적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반면 메타분석에서는 혈압이 130-139mmHg일 때, 심지어 130 mmHg 미만으로 조절될 때에도 추가 이득이 관찰됐기 때문에 이번 유럽가이드라인에서는 공공보건학적인 측면에서는 고혈압 조절이 부족할 때의 위험성보다 과다할 때의 위험성을 감수하는 것이 위험 대비 효과상 이득이라는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다.


이 이사는 “이런 고혈압 약제의 초기 병합제 사용 전략은 지난 2017년 캐나다 가이드라인에서도 채택된바 있으며, 당시에는 초기 복합제 사용군이 단계적 증량군보다 장기적으로 혈압 조절률이 더 높았다는 자국의 STITCH 연구 결과를 반영했었다”며, “그러나 이번 유럽가이드라인의 전략 수정은 캐나다 가이드라인의 경우보다 비교할 수 없이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치료 목표 혈압 강화

이번 가이드라인의 또 다른 특징은 고혈압 조절의 목표치도 강화됐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러한 초기 강화 치료에는 필연적으로 과다 치료에 따른 부작용 위험성이 동반될 수밖에 없으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혈압 조절 하한치라는 새로운 개념도 제안하고 있다. 

즉 그동안 고혈압 가이드라인이 낮춰야 하는 목표 혈압을 제시했다면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최초로 120/70mmHg를 하한치로 고려하기를 권유한 것이다.


이 이사는 “이는 혈압의 경우 고지혈증과 달리 the lower the better가 적용되지 않고 J curve가 존재하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일견 타당하지만 120/70mmHg 라는 인위적 수치에 대한 근거가 미약하고, step down therapy의 전략 예를 들어 안지오텐신수용체 차단제-칼슘길항제 단일복합제를 사용하던 중 혈압이 118/68 mmHg라면 증상이 없어도 약제를 감량할지, 만약 감량한다면 어떤 약제를 어떻게 줄일지에 대한 전략은 전혀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많은 혼란의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러한 Step down strategy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지만 이러한 연구를 제약 회사가 진행할 이유는 만무하기 때문에 학회나 보건 당국 주도의 공익적 임상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HMOD 용어 등장, 좌심실 비대 중요성 강조

이전 가이드라인에서는 ‘Subclinical organ damage’라는 용어가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HMOD(Hypertension mediated organ damage)’라는 용어로 변경됐다.

가장 큰 변화는 건강검진기관 등에서 너무 많이 시행되고, 그 결과의 해석에서도 오해를 불러일으켰던 경동맥 비대가 위험도 산정에서 삭제되었고, 경동맥 초음파도 거의 권유되지 않는 점이다.


이 이사는 “이는 우리나라에서 경동맥 초음파가 너무 남용되고 그 해석도 정확히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반면 고혈압 환자에서 좌심실 비대에 대한 중요성은 강조되어 고혈압성 좌심실 비대의 경우 단순당뇨병과 비견되는 고위험군으로 평가하고 있다.

즉 비싼 경동맥 초음파 검사를 하지 말고 심전도의 소견에 더 주의를 기울이도록 권장하는 것이다.

또 위험 인자의 경우에도 혈중 요산치의 상승, 조기 폐경, 사회경제증 취약층, 맥박수 > 80회/분 등이 새롭게 제시됐다.


이러한 새로운 위험인자를 바탕으로 위험도 산정이 새로 제시됐다. 

이 이사는 “주요점은 1기 고혈압군을 좀더 세분화해 위험도 및 치료 방침을 제시한 것인데 그 취지는 충분히 동감하지만 가이드라인이 가져야할 간결성을 심각하게 위배하며, 너무 복잡한 도표로 정리했기 때문에 과연 임상에서 이러한 도표가 올바르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우려된다”고 밝혔다.



◆Triple combination 권장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제약 회사의 입김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의심되는 부분으로 Triple combination을 강력하게 권유하는 지점이라는 분석이다.


이 이사는 “이전 가이드라인에서 Thiazide 이뇨제가 Chlorthalidone, Indapamide 등 Thiazide-like diuretics보다 약리학적 특성이 열등한 것은 물론 임상 연구에서도 열등한 결과를 나타내어 추천되지 않았는데, 현재 입수 가능한 Triple combination은 모두가 Thiazide, 반알 용량만이 포함되어 있는 상황에서 Triple combination이 과연 복약순응도를 높이는 취지만큼 24시간 균등한 혈압 조절이 가능한지 의문이 되는데 이러한 부분이 해결되기에 앞서 너무 일찍 Triple combination의 효용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3제 복합제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일대 호재를 만난 샘이고, 앞으로 모든 회사가 앞다투어 3제 복합제 개발을 서두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 이사는 “유럽가이드라인이 미국가이드라인과 완전히 배치되는 방향을 설정함에 따라 세계 고혈압 가이드라인은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하게 됐다”며, “이에 따라 지난 5월 발표된 대한고혈압학회 가이드라인은 이러한 양극단 안에서 비교적 균형을 맞춘 현명한 방향을 설정했다고 자평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에 발표된 유럽가이드라인 정식판은 오는 8월 25일 유럽심장학회에서의 발표와 동시에 출간될 예정이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오는 11월 9일(금)~10일(토)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개최할 이번 추계학술대회에서 이번 유럽가이드라인에서 제시된 단일복합제 초기 치료 전략, 고혈압 조절의 혈압 하한선, 좌심실 비대의 임상적 중요성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심도깊은 토론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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